하지만 경찰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된 범행 방법과 이들의 대담함은 문자 그대로 ‘간 큰 10대’ 그 자체였다.
대구 북부경찰서는 4일 금은방에 침입해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턴 혐의(특수절도)로 J(15)군 등 10대 3명을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입건했다.
J군 등은 지난달 15일 오전 2시35분께 대구 북구에 위치한 한 금은방 바깥벽 전시창을 깨고 매장 안에 들어가 진열대에 있던 금팔찌와 금반지, 시계 등 시가 5천70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 신고를 받고 금은방 주변 폐쇄회로(CC)TV 화면을 분석한 뒤 이들이 훔친 물건을 팔았을 만한 다른 금은방 등을 확인해 검거했다.
단순히 범행 사실만 놓고 본다면 이들의 범죄는 간 큰 10대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넘기면 되지만 이들이 범행을 시행하기까지의 과정을 놓고 봤을 땐 이들이 과연 10대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10대 3명은 지난 6월 발생한 ‘전국을 무대로 3억원 상당의 귀금속을 절취한 중국인’에 관한 언론보도를 보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후 이들은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지도검색을 이용해 범행대상을 물색했으며, 훔친 귀금속을 서울 등지까지 가서 팔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범행 준비과정과 장물처분 방법만 놓고 본다면 이들은 ‘프로페셔널’ 절도범 수준이었다는 게 수사를 담당한 경찰의 말이다.
사건을 담당했던 북부서 신병규 강력1팀장은 “처음 수사할 때만 해도 최근 금값이 폭등하면서 유흥비 마련 등을 위한 절도로 생각했으나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으로 모든 것이 이뤄졌다는 걸 알았을 때 오히려 허탈감 마저 들었다”며 “유혹에 빠지기 쉬운 10대의 범죄라고는 하지만 인터넷세대의 서글픈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고 말했다.
최대억 기자 cde@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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