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하빈 육신사를 참배하고(1)
<대구논단>하빈 육신사를 참배하고(1)
  • 승인 2011.12.07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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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대구광역시달성교육지원청 교육장

지난 3월 달성교육지원청으로 부임하여 관내 문중과 서원, 사당을 돌아보던 중 하빈 묘골의 육신사(六臣祠)에 참배하였다. 개인적으로는 이곳에 주향된 취금헌(醉琴軒) 박팽년(朴彭年) 선생의 후손 중의 하나가 필자와 학교 동기인 관계로 여러 번 와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이 사당에 들러 참배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식적으로 온 만큼, 주손과 이웃 하엽정 후손도 모셔서 함께 참배하였다.

육신사는 조선 세조 때,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가 목숨을 잃은 여섯 신하 즉 박팽년, 성삼문, 이개, 유성원, 하위지, 유응부 등 이른바 사육신의 위패를 봉안한 사당이다. 그런 만큼 이곳 육신사에서는 예사로운 마음을 가질 수 없다.

그 첫째는 사람으로서 지조를 어떻게 가져야 하는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수양대군은 자신이 실력자임을 앞세워 열두 살의 어린 조카를 쫓아내고 임금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쫓아낸 조카를 유배까지 보낸 것은 천륜을 어기는 일이라 하여 이를 바르게 세우고자 그 선봉에 사육신이 우뚝 선 것이었다.

곳곳에서 단종 복위 운동이 일어났는데, 그 중에서도 임금이 바뀌었다고 1456년 6월 중국에서 사신이 오게 되자 대궐에서는 환영잔치를 열기로 하였다. 이에 여섯 사람은 수양대군을 처치하고 단종을 복위시키기로 하였다

무장 출신인 유응부와 성삼문의 아버지 성승은 임금 앞에서 칼을 들고 호위를 하는 운검을 맡아 있다가 잔치가 한창 진행될 무렵, 세조와 그를 따르던 신하들을 죽이기로 하였다. 그러나 예측할 수 없는 곳이 사람의 일이라 일이 틀어지고 말았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세조는 잔치 장소가 너무 좁다는 구실로 갑자기 운검을 세우지 않게 하니, 이 거사는 뒤로 미루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이 일에 협력하기로 했던 김질이 미리 겁을 먹고 세조에게 몰래 고자질하는 바람에 그만 여섯 신하는 모두 잡히고 말았다.

이들은 모두 혹독한 고문 끝에 처형되었는데, 가족 또한 죽임을 당하고 재산이 몰수되었다. 사육신을 처형하기 전 세조는 김질과 여러 사람을 앞세워 여섯 사람을 자기편으로 만들어보려고 하였다. 옥에 갇혀있는 박팽년 선생에게는 김질을 보내었다.

`내가 아무리 책만 읽은 서생이라 하나 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임금의 자리에 오른 사람에게 충성을 바칠 수 있으랴. 나는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 대(竹)는 차라리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지는 않는다.’며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답하였다.

금생여수(金生麗水)라 한들 물마다 금이 나며 옥출곤강(玉出崑崗)이라 한들 뫼마다 옥이 나며
아무리 여필종부(女必從夫)라 한들 임마다 쫓을 손가 취금헌 선생의 올곧은 선비 정신이 그대로 풍겨나고 있다.

둘째는 나눔과 배려의 정신을 생각하게 한다. 후손에 의해 처음 사당이 세워졌을 때에는 충정공 박팽년 선생만 모셔졌다. 그러던 중 선생의 제삿날 저녁에 선생의 현손인 계창공이 꿈에, 박팽년 선생은 사당에 모셔져 있는데 나머지 다섯 분은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 문밖에서 벌벌 떨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 그러고 보니 우리는 대가 이어졌지만 나머지 다섯 분은 모두 후손이 끊어지고 없어 제사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구나.” 이에 생각이 미치자 잠에서 깨어난 그는 다시 다섯 분의 제물도 함께 차려 제사를 지냈다. 그 뒤부터 여섯 분을 함께 모신 사당을 지어 처음에는 `낙빈사’라고 하였으나, 고종 3년(서기 1866년)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낙빈서원과 함께 훼철되고 말았다.

그 뒤, 1924년 낙빈서원이 재건되면서 다시 사육신을 이곳에 봉안하게 되었고, 1974년 충효 위인 유적 정화사업에 따라 정면 5칸, 다포식 겹처마 팔작지붕의 육신사를 건립하게 되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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