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올해의 사자성어, 이심전심
<대구논단>올해의 사자성어, 이심전심
  • 승인 2011.12.27 14: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 효 진 스피치 컨설턴트

한 해를 관통했던 사회현상을 되돌아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올해의 사자성어` 선정도 그 중 하나이다. 해마다 12월이면 `교수신문’에서 한 해의 세태를 특징적으로 나타내는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그릇된 것을 거울삼아 또 다시 우를 범하지 않고 보다 나은 내일을 기약하자는 의도에서이다.

2011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엄이도종(掩耳盜鐘)이 뽑혔는데, 올해뿐 아니라 교수신문은 지난 2001년부터 시작해 11년째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해 오고 있다. 그동안 선정된 `올해의 사자성어’를 파악해보면 그해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의미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집권했던 2001년과 2002년의 올해의 사자성어는 `오리무중’과 `이합집산’이었다. 오리무중은 자주 바뀌는 교육정책, 폭력과 전쟁으로 얼룩진 암울한 국제정세 그리고 계약제와 연봉제가 가져온 신분 불안 등의 상황을 표현하는 의미로 선정되었고, 이합집산은 대통령 선거가 2002년에 있었던 만큼 헤어졌다가 모였다가 하는 일을 뜻하는 것으로 선정됐다.

이후 노무현 참여정부가 집권하면서 첫해부터 `우왕좌왕’이 선정됐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에 모든 정책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 당시 모습을 지적한 것이다. 2004년에는 당동벌이(黨同伐異), 2005년 상화하택(上火下澤), 2006년 밀운불우(密雲不雨)처럼 정치권의 치열한 대립과 이합집산 그리고 색깔론을 통한 대립과 갈등이 대한민국을 나타내는 사자성어로 선정될 만큼 참여정부 시절은 많은 갈등이 있었던 시기였다.

2007년은 자기기인(自欺欺人)이라는 사자성어가 선정될 만큼 도덕적 불감증과 문제가 불거졌던 한 해였다. 신정아의 학력의혹 파문이 연예계, 사회 지도층을 비롯한 사회 전반에서 밝혀졌고, 논문 표절 등이 대한민국의 도덕 불감증을 보여주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부터 처음으로 선정된 것은 2008년 `호질기의(護疾忌醫)’였다. `병이 있는데도 의사한테 보여 치료받기를 꺼린다.’는 말로 `문제가 있는데도 다른 사람의 충고를 꺼려 듣지 않는다.’는 뜻이다. 촛불 집회, 금융 위기 등에 정치, 경제, 사회 지도층이 상황에 걸맞은 현실 진단과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미봉과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면서 문제를 키웠다는 당시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었다.

2009년에는 `방기곡경(旁岐曲徑)’이라고 해, 사람이 많이 다니는 큰 길이 아닌 `샛길과 굽은 길’을 뜻하는 것으로, 당시 세종시 수정, 4대강 사업 추진, 미디어법 정책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타협과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샛길, 굽은 길로 돌아갔음을 비판하는 것이었다.

작년에는 머리는 감추었는데 꼬리는 드러나 있다는 뜻의 `장두노미(藏頭露尾)’가 선정됐다. 민간인 사찰과 한미 FTA 협상 등 진실 감추기에만 급급했던 정부의 처사를 꼬집는 말이었다. 올해는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는 뜻의 `엄이도종’이라고 해, 자기가 한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남의 비난이나 비판을 듣기 싫어서 귀를 막지만 소용이 없다는 의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통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해킹, 대통령 측근 비리 등 각종 사건과 굵직한 정책의 처리 과정에서 `소통 부족과 독단적인 정책 강행’을 비판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의 `올해의 사자성어’ 중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한 지금까지의 사자성어는 유독 소통에 대한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그동안 소통 정치를 강조해왔던 이명박 대통령이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한국 사회는 점점 소통이 힘든 사회구조가 되고 있다. 따라서 토론과 합의를 통해 민의를 반영하는 과정은 더욱 힘들다. 그렇기에 내 말에 귀 기울이고 내 처지에 소통할 줄 아는 리더에 대한 갈증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 갈증이 2012년 새해에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는 사자성어로 해소되길 기대해보리라.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