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서사원 선생의 이강서원을 찾아서
<대구논단>서사원 선생의 이강서원을 찾아서
  • 승인 2012.01.0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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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대구광역시달성교육지원청 교육장

다사 이천리를 지나 하빈면으로 넘어가는 길 오른쪽 골짜기 입구에 `이강서원(伊江書院) 입구’라는 아담한 표지석이 서있다. 이 골짜기가 바로 선사암 구지골인데 입구에서 조금 올라가면 이강서원이 나온다.

이강서원은 임진왜란 때 의병대장을 지낸 낙재(樂齋) 서사원(徐思遠, 1550∼1615) 선생을 모시기 위해, 조선 1639년(인조 17년)에 향토 유림에서 세운 것이다. 달성서씨(達城徐氏)인 낙재 선생은 한강(寒岡) 정구(鄭逑) 선생으로부터 학문을 배우고, 당시 유명한 선비였던 장현광(張顯光), 정경세(鄭經世) 등과 교류한 바 있는 우리 고장의 대표적인 선비 중 한 분이다.

이강서원의 `이(伊)’는 `저기(被)’ 또는 발어사(發語辭)로서 `자연스럽게, 순리대로’의 뜻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금호강을 일컫는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이강서원은 금호강 가에 있는 서원이라는 뜻이 강하다. 이는 근처가 강정(江亭)이라고 불리는 것과 무관치 않다. 많은 선비들이 강가에 누정을 짓고 독서를 하며 뜻을 돈독히 가꾸었기 때문이다.

이강서원 마당에 서니 몇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우선,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이곳도 인적이 드문 곳으로 바뀌어 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가을 이곳을 찾았을 때에는 마당에 마른 풀 대궁이 수북이 자라있고, 인적은 보이지 않았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연세 많은 후손이 이 서원을 지키고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돌보는 이조차 제대로 없는 듯 제초제에 누렇게 녹아내린 풀만 무성하였다. 이곳에 다시 글 읽는 소리가 낭랑하게 울려나오고, 선비의 정신을 이어받는 발길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둘째, 이곳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하는 점이다. 이 터는 원래 신라시대의 유명한 학자였던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 857∼?) 선생이 학문을 가르치던 터라고 알려져 있다. 고운 선생은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면서 당시 새로운 학문인 유학(儒學)을 가르쳤는데, 이곳의 산수(山水)가 빼어나서 터를 잡았다고 한다.

고운 선생이 이곳에 자리를 잡았을 때에는 완락당, 동경재, 서의재 등 건물이 즐비하였고, 찾아오는 문도(門徒)들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옛 영화만 그리워하는 처지가 되어있다. 이곳을 깨끗이 정비하여 여름 한 철이라도 옛 정신을 되새기는 장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래임이 간절하다.
셋째, 이곳에 깃든 낙재 선생의 선비 정신을 되살리는 일이 필요하다.

낙재 선생은 1583년(선조 17년) 여러 벼슬을 거쳐 정5품의 호조정랑에 올랐다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의병을 모아 직접 전투에 참가한 지사이자 투사였다. 임진왜란이 한창일 때에 청안현감으로 있었는데, 그 와중에도 후세의 교육을 위해 구봉서원을 세웠다. 그만큼 학문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실천한 것이다. 이에 힘입어 1639년(인조 17년)에 마침내 선생이 학문을 가르치던 옛 자리에 이강서원이 세워졌다. 훌륭한 덕은 결코 외롭지 않은 법이 분명하다.

1636년(인조 14년) 문하생 박종우(朴宗祐)가 이강서원에 묘당을 세우고 사부(辭賦)를 지어 선생을 도연명에 비기면서 칭찬하였으며, 대구부사 도신수(都愼修)와 응교 이도장(李道長)은 이강서원 봉안문과 춘추 향사문에서 퇴계의 연원을 이은 한강(寒岡)의 제자로서 학문의 맥이 뚜렷한데, 또한 청렴한 선비라고 칭찬하였다.

세상을 떠난 뒤에는 정구(鄭毬)와 장현광(張顯光) 등 명유와 친구인 손처눌(孫處訥), 제자 이윤우(李潤雨), 이탁(李擢) 등이 제문을 지어 슬퍼하였다. 선생의 위패는 이강서원과 청주 구계서원(龜溪書院)에 모셔졌다.

이곳은 낙재 선생의 얼이 깃든 소중한 곳이다. `달성십현(達城十賢)’으로도 꼽히는 낙재 선생의 흔적이 우리 고장에 있다는 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고, 선생의 정신을 되새긴다는 것은 더욱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더구나 이곳에서는 최치원 선생의 가르침도 함께 떠올릴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이처럼 뜻 깊은 이강서원이 더욱 번창하여 우리들의 정신세계를 보다 풍요롭게 가꾸는데 이바지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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