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1등만 기억하는 서러운 세상
<대구논단>1등만 기억하는 서러운 세상
  • 승인 2012.01.10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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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효 진 스피치 컨설턴트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아웃도어 복장에 따른 계급’이 올라와 화제다. `계급도’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을 가격에 따라 종류별로 제시한 다음, 해당 제품을 입은 학생들이 어떤 계급에 속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를 두고 어떤 교수는 우리가 외제차를 타는 것은 기능보다 그것을 통해 상대가 자신을 보고 적절히 행동해 주길 바라는 심리처럼 이 또한 아이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사회적인 의사소통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그런 생각과 사상을 강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점수로 사람을 평가하고, 그 계층마저 그리고 미래의 꿈마저 결정해 버리는 것이 세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교육계에서는 이러한 경쟁에서 이겨 살아남는 교육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가는 교육을 중시하기 위해 얼마 전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고, 2014년부터 중고등학교 성적표에서 등수를 없애기로 했다. 학년 내의 석차에 의한 상대적 서열이 아니라, 학생이 무엇을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는 학업성취 수준을 평가하는 성취 평가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상파 음악프로그램에서도 그러했다. 순위제가 방송사와 기획사간 이해관계에 따른 순위 결정, 특정 음악 장르의 편중, 과열 경쟁 등의 부작용으로 한 동안 아예 사라졌다. 그로 인해 음악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어 지금은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중에 `뮤직뱅크’만이 순위제를 시행하고 있고, `인기가요’는 뮤티즌 송 수상으로 1위만 공개하고, `쇼 음악중심’은 순위 없이 가수들의 공연만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개국한 종합 편성 채널들이 가요순위프로그램을 앞 다퉈 신설해 방영하고 있어, 각종 부작용 때문에 사라졌던 가요 순위 프로그램이 슬그머니 부활하고 있다. 순위를 매기는 것이라고 하면 프로 가수들이 노래를 통해 경쟁하는 `나는 가수다’를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실력 있는 가수들이 모여 능력을 뽐내고 그들을 평가단의 잣대로 순위를 매기는 프로그램이다.

가수들이 선사하는 감동을 순위로 매긴다는 것에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는 순위 매기기를 재미 요소로 잘 활용한 프로그램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최고의 기량을 가진 가수들을 한 줄로 세워 1등부터 꼴찌까지 가리는 방식이라는 것은 뻔히 알고 있는 진실이라고는 하지만, 막상 그 일이 벌어지면 예능의 큰 재미 요소가 나름 공정하다고 생각했던 규칙이 당사자와 주변 사람들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다.

얼마 전 이 프로그램의 순위 시스템 공개 방식이 새롭게 바뀌었다. 이번에 새롭게 적용된 순위 발표는 1위부터 7위까지 순위를 차례대로 발표하고, 그 순위대로 스튜디오를 나가는 방식이다. 제작진은 그 배경에 대해 높은 순위를 얻은 가수들이 눈치를 보느라 마음껏 좋아하는 티를 내지 못해 마음 놓고 좋아할 수 있고, 이 프로그램을 떠나는 가수들의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출연가수들은 “별로”라는 반응이었다.

이 프로그램이 그동안 시청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아온 건 최고 가수들의 노래 대결이라는 포맷이 흥미를 더해주는 요소일 뿐, 진정한 의도는 아이돌 그룹들과 댄스음악으로 편향된 방송 가요계에 다양한 음악이 공존하는 무대를 보여주는 것이지 않았던가? 가수들로 하여금 순위에 더욱 집착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경쟁에서 탈락한 이들을 따뜻하게 감싸줄 보다 편안한 제도를 고민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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