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비슬산 호랑이와 착한 며느리 이야기
<대구논단>비슬산 호랑이와 착한 며느리 이야기
  • 승인 2012.01.1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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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대구광역시달성교육지원청 교육장

비슬산은 품이 깊어 옛날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 그 옛날, 이 산 기슭에 한 며느리가 눈먼 시어머니와 앉은뱅이 신랑을 모시고 살았다. 이 며느리는 가난한 집으로 시집왔지만 조금도 원망하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해서 시어머니와 남편을 잘 봉양했다.

“아이고, 저 집 며느리는 참 착해. 밭 한 뙈기 없는 가난한 집에 시집을 왔지만 저렇게 정성을 다해 온 집안을 다 먹여 살리고 있으니!” 마을 사람들이 크게 칭찬하였다. 이 며느리는 낮에는 남의 밭에서 일을 해주고, 밤에는 이웃집에서 바느질 감을 얻어다가 일을 하였다. 하루는 친정에 볼일이 있어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산등성이에서 큰 호랑이 한 마리를 만났다. “어흥! 너를 잡아먹어야 하겠다.”

며느리는 깜짝 놀랐지만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아날 수 있다.’는 속담을 떠올리면서 정신을 잃지 않았다. “좋다. 내가 호랑이님께 잡아먹혀야 할 운명이라면 잡아먹히겠다. 그렇지만 내가 지금 집에 가지 않으면 시어머니와 남편은 내가 친정에 갔다가 그대로 도망을 친 줄 알 것이다.

사람은 믿음이 중요한 법, 내가 가서 사정을 이야기하고 다시 잡아먹히려고 올 테니 지금은 집으로 보내주기 바란다.” “정말 도망치지 않고 이 자리로 다시 오겠다는 말이지?” “그래, 내가 부녀자이기는 하나 한번 한 약속은 꼭 지키겠다.” “알겠다. 그럼 다녀오너라. 나는 여기에서 기다리겠다.”

호랑이에게 약속을 한 며느리는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 친정에서 가져온 음식을 꺼내어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드리며 말했다. “제가 없더라도 부디 잘 사셔야만 합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냐?” “네, 고개를 넘어오다가 호랑이를 만났습니다. 내가 다시 가지 않으면 우리 집까지 찾아올 것입니다.” “안 된다. 네가 가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간단 말이냐? 아직 네 얼굴도 모르는데!”
시어머니는 귀한 며느리가 없어진다는 말에 너무 놀라 눈을 번쩍 떴다. “아! 보인다, 보여!” 그 때였다. “여보, 정말 호랑이에게 다시 가야 하오? 아니 될 일이오.”

아들도 너무 놀라 벌떡 일어났다. “아! 저도 이제는 일어설 수 있게 되었어요.”며느리는 시어머니와 아들을 부둥켜안고 펄쩍펄쩍 뛰었다. 그런데 다시 호랑이에게로 되돌아가려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안 돼. 그래도 약속은 지켜야 해.’ 며느리는 울음을 터뜨리고 있는 시어머니와 남편을 뒤로 하고 호랑이가 있는 고개로 갔다.

“자, 이렇게 다시 돌아왔다. 앞을 보지 못하시던 시어머님이 눈을 뜨셨고, 일어서지 못하던 남편이 걸을 수 있게 되어 이제는 죽어도 매우 기쁘다. 얼른 나를 잡아먹어라.” “하하하!. 잘 되었구나. 내가 그렇게 되도록 하였다.” “뭐라고?” “그대가 하도 착해서 내가 산신령님의 심부름으로 그렇게 하였으니 그대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 행복하게 잘 살기 바란다.” “네에? 아이고 고맙습니다. 호랑이님! 정말 고맙습니다.”

며느리는 호랑이에게 인사를 다시 집으로 달려왔다. 집에서는 죽은 줄만 알았던 며느리가 다시 돌아오자 더욱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고장의 전설이다. 전설은 그 시대의 가치관이 반영되는 만큼 이 땅을 지켜온 우리 선조들이 살아온 삶의 한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은 이 땅에서 이처럼 아름답게 살아온 것이다. 선조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오늘에 되살려 우리들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가꾸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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