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국민들의 생각
<대구논단>국민들의 생각
  • 승인 2012.01.3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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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지방자치연구소장,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국가란 무엇인가? 바보같이 자문해 본다. 초등학교 시절 우리는 국민, 영토, 주권이 국가의 구성요소라고 달달 외웠다. 유대인들이 나라도 없이 세계 곳곳을 떠돌던 시절, 영토는 없었지만 국민들은 있었다.

그러고 보면 국가의 핵심은 바로 국민이다. 유사 이래 지금처럼 잘 살 때가 있었던가. 우리는 지금 선진국 문턱에 가까이 와 있고 한국을 부러워하는 외국인들도 의외로 많다. 이게 누구의 덕일까. 삼성과 현대 같은 대 기업 덕분일까. 아니면 대통령이 통치를 잘 해서일까. 누구의 공이라고 말할 건더기가 없다.

국가와 대기업, 어떤 조직이든 그 구성 요체는 사람이다. 인적인 네트워크가 퓨전적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대한민국은 삼권이 분립되어있는 민주주의국가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삼권의 분산은 독재 방어를 위한 메커니즘이다. 입법부는 국가의 기본 틀을 만드는 위치에 있고 행정부는 법질서 속에서 국민들의 생활을 다독인다.

사법부는 법 집행의 잘 잘못을 가려 국민들의 신체적· 정신적 안정을 유지시켜준다. 분산과 조화가 밸런스를 잘 맞추면 정치· 행정·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국민들의 삶이 편해지고 이것이 진짜 좋은 나라다. 국가기관의 재정 공급처는 국민들이다. 그래서 국가는 국민들에게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요즘 나라꼴을 보면 국가가 국민을 대하는 모습은 말이 아니다.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일은 늘 있어 왔지만 지금처럼 도를 넘긴 때는 별로 없었다.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법관도 개그맨의 밥상에 오르는 신세로 추락하고 말았다. 대통령의 참모들과 정부의 고급 관료가 자기 뱃속을 채우기 위해 사기 치는 일이 여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최근 CNK 사건은 행정부 관료들이 국민들을 우롱한 좋은 사례 중 하나다.

입법부는 어떤가. 국회의장을 비롯하여 여· 야 정치인들이 돈 봉투사건의 주도 인물로 거론되고 있는가 하면 나랏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법을 예사로 짓밟고 있다. 제1 야당이 정식재판을 받고 옥살이를 하는 자당 정치인을 구하겠다면서 꼼수 단독법안을 발의하는가 하면 이를 총선· 대선과 연계, 이벤트화 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들은 안중에 없고 표만 생각하는 풍각쟁이 놀음이다. 이점에서는 여· 야가 초록동색이다.

이 나라에 국회의원이 299명이나 있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절반 정도 확 줄여서 나머지 예산을 다른 곳에 쓸 수도 있을 텐데. 국회의원 줄이기 운동에 앞장 설 NGO는 눈을 씻어도 찾아볼 수 없다. 사법부는 괜찮나. 정치· 행정이 엉망이라도 국민들은 법관들을 믿는 구석이 있었다.

어렵게 공부해서 판· 검사가 된 그들에게 외경심을 가진 국민들도 많았다. 하지만 법관도 그 옛날의 법관이 아닌 세상이 되고 말았다.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 같은 영화가 수많은 관객을 모은 이유를 보면서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자못 궁금하다. 법복을 입은 사람은 행정가나 정치인보다 무언가 달라야 한다는 것이 국민들의 일반적 생각이다.

요즘 법관들 중에는 사실적 증거와 선례 및 양심에 따라 죄를 논하고 판결해야 하는 원칙을 무시하고 일반인의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궤변적 행태로 국민을 호도하면서 스스로 법복에 치욕을 묻히는 이들이 더러 있다. 상대방 후보를 돈으로 매수하여 당선된 서울시 교육감의 선거법 위반 1심 재판이 그 좋은 예다. 3천만 원의 벌금형을 받고 구속에서 풀려난 교육감이 개선장군처럼 교육감 직에 회귀한 것도 얼굴 두꺼운 일이다.

어떤 조직이든 흠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국민들의 세금으로 먹고 사는 국가기관의 관료들이 권력을 휘두르면서 국민들을 무시하고 자존심을 짓밟는 행위는 간과할 수 없다. 국가기관에 대한 국민적 저항 수단은 오로지 선거뿐이다. 그러나 이제 선거에도 지쳤다는 국민들이 늘고 있다. 여든 야든 도토리 키 재기요, 같은 통속이라는 생각이 팽배해 진 것이다. 국민들은 지금 혼돈 속에 있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먹고 사는 국가기관 조직원들이 질서를 흩트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답답한 마음을 어루만져줄 백마 타고 오는 왕자가 있었으면 좋으련만 아직은 감감하다. “누가 대통령이 되고 극회의원이 돼도 나와 무슨 상관이 있냐?” 시중에서 자주 듣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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