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목회자와 소득세 납부
<대구논단>목회자와 소득세 납부
  • 승인 2012.02.2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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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지방자치연구소장,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헌법 제 38조에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세금을 내지 않는 국민들도 있다. 총 인구 중 40% 가량이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4인 가족기준으로 볼 때 월 소득 170만원 미만이면 세금을 면제 받는다. 최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이 “우리 교회가 투명한 재정 운영을 통해 교회 안팎의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며 목사들이 자발적으로 소득세를 납부하는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한국에는 수많은 기독교 종파가 있다. 같은 장로교회도 여러 단체로 나누어져 있다. NCCK는 예수교장로회(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등 9개의 교단, 교회 2만126개, 교인 642만 명(자체 추산)을 가진 대표적 개신교 단체다. 이 단체가 11월 열리는 총회에서 목회자 세금 납부를 결의할 계획이라고 해서 세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세금을 자진 납부하는 성직자는 천주교 신부를 제외하고 개신교는 순복음교회, 온누리교회의 목회자 등 극소수다.

소득세법 어디에도 종교인들의 개인 소득에 대해 소득세를 면제해 준다는 조항은 없다. 지금까지 목회자들의 면세 묵인이 허용된 이유는 무엇일까. 목회자들의 소득은 노동의 대가가 아닌 폭넓은 사회봉사활동이라고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국가의 입장에서 볼 때 목회자는 종교행위를 통하여 국민계도, 국민윤리 교육, 건전가정 육성 등 국가 사회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독일의 신학자 카를하임(Karl Heim)은 개신교의 본질(The nature of protestantism)에서 독일 정부가 술주정뱅이 한명을 갱생시켜 정상인으로 사회복귀 시키는데 드는 비용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언급함으로써 교회와 목회자의 사역이 갖는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소망교회가 운영하고 있는 `소망교도소’는 사회봉사에 대한 교회의 역할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교화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수용자의 재복역 율을 3% 이하로 낮추겠다는 것은 종교만이 해결할 수 있는 명제다.

그런가 하면 일부 교회나 대형교회의 목회자들이 외형적 교회성장에 치중하고 교회의 재정을 보편적 정의에 맞지 않게 사용함으로써 사회적 지탄을 받기도 한다. 이런 일들이 목회자들도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명분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1.5%가 목사들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답변이 나온 일도 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는 절대적· 상대적 빈부의 차이는 늘 있기 마련이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교계에서는 개척교회나 지방의 작은 교회에서 면세점(4인 가족 기준 170만원 미만)이하의 사례를 받으며 어렵게 사는 목회자가 8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1년 예산이 수백억 원 넘는 교회도 있고 고급 외제차를 굴리면서 고급스럽게 사는 목사들도 있다. 성직자를 직업인으로 보는 단초가 여기서부터 비롯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본란에서 필자는 NCCK가 `목사 자발적 소득세 납부 운동’을 계획하고 있는데 대해 그 의도를 찬성하면서 하나의 대안을 제시하려고 한다.

교회 안팎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생활이 어려운 개척교회 목사나 농촌교회 목사들에게 눈을 돌려보라는 것이다. 큰 교회 목사는 급여 외에도 신자들로부터 여러 명목의 사례비를 받아 생활의 여유로움을 가지지만 기초생활수급자들 보다 더 어려운 목회자들도 의외로 많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고자 하는 교역자들이 받는 봉급 가운데서 세금에 해당하는 만큼의 금액을 따로 떼어 살기 힘든 목사들에게 지급하는 방법을 고안해 보는 것이다.

국가에 세금을 내면 그 돈은 여러 형태의 국가사업에 쓰이게 되지만 같은 길을 걷는 어려운 계층의 동료 목사들에게 지급하면 국가를 대신한 구체적인 복지사업이 된다. 한정적이긴 하지만 보편적 복지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매월 납부한 소득세에 해당하는 만큼의 돈은 교단 또는 협의회 차원에서 별도 시스템을 만들어 운용하면 된다. 지방에서 부교역자를 구하려고 해도 올 사람이 없어 지방이 종교적으로 피폐해 가고 있는 현실을 교회 지도자들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교회의 사명은 사회를 개량하기 위한 선교와 이웃사랑에 있다. 일석이조의 효과를 찾는 일에 골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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