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괴헌 곽재겸 선생의 행장을 읽고
<대구논단>괴헌 곽재겸 선생의 행장을 읽고
  • 승인 2012.02.2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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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대구시달성교육청 교육장

우복(愚伏) 정경세(鄭經世) 선생의 6세손으로, 또한 향토의 성리학자로 크게 이름을 떨친 입재(立齋) 정종로(鄭宗魯) 선생이 쓴 괴헌(槐軒) 곽재겸(郭再謙) 선생의 행장(行狀)을 읽었다. 괴헌 선생은 `달성십현(達城十賢)’ 중의 한 분이기도 해서 여러 곳에서 자료를 찾던 중 구향회(邱鄕會)에서 발간한 `대구유현록(大邱儒賢錄)’에서 그 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

선생은 1547년(명종 2년), 현풍 솔례(率禮)에서 출생하여 훗날 정유재란 때에는 사촌아우인 곽재우(郭再祐) 장군과 함께 의병을 이끌고 창녕의 화왕산성 전투에 참전, 왜적을 물리친 뒤 그 공으로 부호군(副護軍)에 올랐으나 벼슬에는 나아가지 않고 향리에서 인재교육으로 여생을 마친 분이다.

집 뒤에 회화나무가 있어 스스로 호(號)를 괴헌(槐軒)이라 한 선생은 바로 청백리로 이름 높아 대니산 기슭의 이양서원(尼陽書院)에 모셔진 곽안방(郭安邦) 선생의 5세손이다. 선생의 행장을 대하면서 문득 몇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첫째는 선생은 심지(心地)가 매우 굳은 분이라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독서를 좋아하여 어른이 말려도 제대로 이해하기 전에는 좀처럼 그칠 줄 모를 만큼 생각이 깊었다고 한다. 여덟 살 때에는 삼촌인 참의공(參議公) 부(赴)가 과거에 급제하여 축하연을 베푸느라 집안이 분주하였는데도, 선생은 구경할 생각은커녕 읽던 책을 쉽게 놓지 않았다고 전해지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청년이 되어서는 도원수(都元帥) 권율(權慄)의 군영(軍營)에 볼일이 있어 나아갔는데 비장(裨將)이 술을 권하자, 이때에 선생은 먼 길에 목이 말랐으나 “임금께서 몽진(蒙塵) 중이신데 신하가 어찌 술을 가까이 하겠는가?”하며 물리치고 마시지 아니하였다 한다. 이로 보면 선생의 심지가 어떠한가를 짐작할 수 있다.

둘째는 좋은 친구를 사귀며 학문을 좋아하였다는 것이다. 선생은 15세에 대암(大?) 박성(朴惺), 재종숙 존재(存齋) 곽준(郭逡)과 함께 낙천(洛川) 배신(裵紳)의 문하에 나아가 공부를 시작한 이래, 20세 무렵에는 삼촌인 곽월(郭越)과 향유 전경창(全慶昌)에게 학문을 익혔다. 그리고 30세 무렵에는 한강(寒岡) 정구(鄭逑) 선생에게 나아가 학문을 익혔는데, 한강 선생이 선생과 더불어 `중용(中庸)’, `대학(大學)’을 함께 공부하면서 `나의 이로운 벗(益友)’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선생은 한강의 학문을 존숭하여 스승의 예로 대하였다.

이밖에도 선생은 장현광(張顯光)ㆍ서사원(徐思遠)ㆍ조월천(趙月川)ㆍ최수우(崔守愚)ㆍ손처눌(孫處訥)ㆍ류시번(柳時燔)ㆍ서사선(徐思選) 등 기라성 같은 선비들과 서로 교유(交遊)하며 학문을 나누었다. 모름지기 군자의 도는 좋은 친구를 얻어 배움을 좇는데 있는 것이니 아를 실천한 것이 아니겠는가?

셋째는 우국충정(憂國衷情)을 실천에 옮긴 분이라는 것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초유사(招諭使) 김성일(金誠一)을 도와 모병(募兵)ㆍ모량(募糧) 등의 일을 수행하는 한편, 서사원(徐思遠)과 협력하여 직접 의병활동을 펴기도 하였다. 또한 정유재란 때에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종제(從弟)인 재우(再祐)와 함께 창의하였으니, 단순히 책만 읽는 선비가 아니었다.

끝으로 명리를 좇지 아니하고 참된 선비의 삶을 추구하였다는 점이다. 1585년에 동강(東岡) 김우옹(金宇?)의 추천으로 건원릉 참봉(乾元陵 參奉)에 제수되었으나 학문이 부족하고 공(功)이 없음을 내세워 부임하지 아니하였고, 연경동에 거주할 때에는 당시 유림에서 도백(道伯)과 더불어 예를 논하려 할 때에 일부러 나아가지 않았는데, 이는 당시 도백의 행실이 비루하여 백성을 괴롭히는 바가 있었기에 경계하고자 한 때문이었다.

이처럼 올곧게 살아간 분이 우리 이웃에 계셨는데 우리는 너무도 쉽게 그 분들을 잊어버리고 살고 있다. 적어도 교실에서만큼은 그 분들이 살아서 우리에게 길을 가르쳐주도록 맞이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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