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야유의 사회학
<대구논단>야유의 사회학
  • 대구신문
  • 승인 2012.04.0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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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효 진 스피치 컨설턴트

2012프로야구가 4월 7일 개막한다.
올해는 해외 진출 선수들의 복귀로 최대 흥행이 예상되고 있다. 무엇보다 대구지역 팬들에게는 9년간의 일본 생활을 마치고 대구 삼성 라이온즈에 복귀한 이승엽 선수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아마도 그가 한국 프로야구에 세운 기록들 때문일 것이다. 1995년 삼성에 데뷔한 이승엽 선수 기록 중 가장 눈에 띄는 기록은 홈런이다.

일본 진출 전 마지막 시즌이었던 2003년 단일 시즌 국내 최다 홈런 기록이자 아시아 신기록을 달성했다. 전성기인 27살 때 일본 무대로 진출해 한국 야구에서 활약한 기간이 비교적 짧았지만 뛰어난 타력을 지난 선수였다. 지금은 30대 중반의 나이지만 그의 복귀는 관중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얼마 전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시범경기 삼성과 기아 경기에서 2호 홈런을 터뜨렸다. 그런데 대구구장에서 상대 투수가 이승엽 선수를 상대로 몸 쪽 공을 던질 때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조금이라도 이승엽 선수가 사구의 위협을 느꼈을 것 같으면 바로 삼성 관중석에서 상대 투수에게 야유(揶揄)가 날아갈 수 있다.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삼성-기아전에서 실제로 그랬다. KIA 박경태 투수가 3회 수비에서 몸 쪽으로 빠른 공을 던졌다.

이승엽 선수가 피하는 제스처를 취하자 바로 삼성 관중석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그 야유는 “어디 감히, 우리 이승엽 선수에게 위협구를 던져”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 했다. 그 때문인지 박경태 선수는 바로 이승엽 선수에게 우월 솔로 홈런을 맞았다. KIA 세 번째 투수로 나온 진해수 투수도 똑같은 경험을 했다. 진해수 선수는 6회 수비에서 이승엽 선수를 상대하다 몸 쪽에 공을 바짝 붙였다가 박경태 선수처럼 야유를 받았다.

이승엽 선수라고 하면 삼성팬들에게 절대적인 존재인 만큼 이승엽 선수에게 위협구를 던지는 투수는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특히 대구구장은 좁고 작아 삼성 덕 아웃 쪽 관람석에서 야유를 보낼 경우 투수 마운드까지 웬만한 소리가 모두 들린다. 대구구장만이 아니더라도 경기에 집중하는 선수들에게 나를 향한 야유는 다 들린다고 한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프로 야구 현대의 베테랑 전준호 선수는 몇 년 전 한 인터뷰에서 아무리 큰 경기에 몰입한다고 해도 자신에 대한 야유는 귀에 쏙쏙 들어온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야유도 일종의 심리전이기 때문에 경기의 일부로 즐기면 모르지만 야유가 귀에 들어온다면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법이다.

관중들의 야유 때문에 선수 스스로 동요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03년 미국프로야구 보스턴 레드 삭스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던 한 선수는 경기 직전 장내 아나운서로부터 이름이 소개된 뒤 관중들의 야유를 받았다. 보스턴 홈 관중들이 지난 경기에서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것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것이었다.

이에 그 선수는 야유하는 관중에 대해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 올리는 제스처로 반응했다. 미국에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 올리는 제스처는 심한 욕설에 해당된다. 이 같은 야유 때문에 선수들이 참기 힘든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이를 두고 심한 모욕감을 준 관중의 야유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 논란이 있기도 하다.

팬들은 야유를 홈 어드밴티지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홈팬들을 야구에서는 `10번 타자,’ 축구에서는 `12번째 선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들은 군중 속에서 일종의 시기심이나 공격성을 야유로써 표출시킨다. 그 야유 때문에 상대 팀은 힘이 빠지고 홈팀에게는 사기를 올려준다.

이승엽 선수뿐만 아니라 박찬호, 김병현, 김태균 이름만 들어도 뜨거운 열기로 가득할 경기장이 그려진다. 그들이 2012 프로야구에 돌아온다. 이들 선수 때문에라도 관중들이 보내는 야유 때문에 스스로 자기 통제력을 키워야 하는 선수들이 많아질 것 같다. 그래서 더 재미있어질 2012 프로 야구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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