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물이 떠났지만 작은 물로 큰 바다를 이루겠다.”(홍성흔)
그라운드 밖 기싸움인 선수들 간의 입담 경쟁은 올해도 치열했다.
3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6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2012 팔도프로야구 미디어데이 행사에는 각 팀 대표선수들이 나와 관록이 묻어나는 한 마디를 던졌다.
이날 행사에서는 지난해 성적에 따라 1위부터 8위까지 차례대로 자리가 배분됐다.
지난 시즌 우승팀으로 첫 번째 자리에 앉은 이승엽은 “내년에도 이 자리에 앉아서 인터뷰 할 수 있길 바란다”며 “최고가 되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어렵다. 하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해 항상 1등하는 삼성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승엽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정근우는 “지난해 준우승했더니 통장에 찍히는 돈이 달라지더라. 올해는 꼭 우승하겠다”라며 웃음 폭탄을 던졌다.
거포 이대호가 떠나 팀의 중심 타선을 맡게 된 홍성흔은 “올해를 세류성해라 표현하고 싶다”며 운을 띄웠다.
홍성흔은 이어 “이대호라는 큰 물이 떠났지만 남은 우리 선수들이 작은 물로 큰 바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우승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듬직하게 입을 연 홍성흔은 “’무서운` 롯데 팬들 덕분에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직구장 의자를 많이 부수어 달라”는 우스갯소리로 활발한 응원을 부탁했다.
프로야구에서 유일무이한 `10승 성적표’를 가진 KIA의 윤석민은 평소 플레이처럼 침착하게 각오를 밝혔다.
윤석민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에 맞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며 “선수들의 우승 경험은 적지만 코칭스태프는 몇 차례 우승했다. 그들에게 많이 배우겠다”고 말했다.
두산의 `타격 기계’ 김현수는 “지난해 기대에 못 미쳐서 각성하고 몸을 만들었다”며 “내가 못해서 팀이 못했다고 생각하고 올 시즌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고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10년째 가을잔치에 올라가지 못한 LG의 이병규는 `즐거운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마이크를 넘겨 받은 이병규는 “야구 인생 최초의 미디어데이인데 즐겁다”며 “이런 마음을 그라운드에 가져가겠다. 모두 강팀이라 생각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야구장에서 재미있게 가지고 놀아보겠다”며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한편 이날 미디어데이 행사에는 메이저리그를 찍고 돌아온 박찬호와 김병현도 함께 했다.
공교롭게도 마지막 두 자리를 차지한 그들은 오랜만의 국내 복귀인 만큼 진심을 담아 말했다.
시범경기에서 호된 신고식을 당한 박찬호는 “후배들에게 도움을 받아 팀에 기여하는 선수가 될 것”이라며 “올 시즌 목표는 10승이다”고 말해 기대를 키웠다.
돌아온 `핵잠수함’ 김병현은 짧고 굵은 대답으로 현장의 팬들로부터 박수를 이끌어냈다.
김병현은 “시범경기에서 팀이 2위를 기록했다. 말보단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며 “나 역시 10승이 목표다”라고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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