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신간>내가 살아온 날들
<주목신간>내가 살아온 날들
  • 황인옥
  • 승인 2012.06.0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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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은 행복한 학자였을까. 불행한 정치가였을까.

객관적 기록에 따르면 그가 남긴 500여권의 저서는 그를 행복한 학자로 규정하기에 충분해 보이며, 18년간의 유배 생활은 불행한 정치가로 단정지어도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가 다방면에 걸쳐 방대한 저서를 기술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정황들을 들여다보면 학자로서도 그리 행복했던 삶은 아니었던 것을 짐작케 한다.

당시의 조선은 정조 사후 어린 순조의 등극으로 당파싸움과 그로 인한 폐단으로 얼룩진 정치적 혼란기였고, 정약용 자신도 정쟁의 희생물로 18년 유배 생활의 고초를 겪으며 굴욕적 삶을 이어간 시기였다. 사회적으로는 농기구와 수리 기술의 발달로 농업생산량이 늘고 상공업이 발전하는 시기였지만, 관리들의 극심한 수탈로 백성들의 삶은 곤궁했다.

특히 18년 유배생활 동안 가까이서 그가 지켜본 백성들의 고단한 삶은 백성을 정치의 근본으로 삼았던 정약용의 정치가적 양심에 불을 지폈고,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의 저술활동은 자신의 처지에서 할 수 있었던 민본정치의 구체적 실현방편이었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런 이유로 그의 500여권의 저술은 학자로서 행복의 결과물이라기보다 오히려 시대와 백성에 대한 고뇌와 연민의 상징물이었던 것이다.


그가 양반가문 출신이면서도 유독 백성들의 사정에 밝고 애정이 깊었던 이유는 지방의 관리로 평생을 살았던 그의 부친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를 따라 지방을 다니며 백성들의 빈곤한 삶과 현실에 일찍부터 눈을 떴고, 이것이 후에 불합리한 체제와 제도에 대한 개혁의지를 담은 저술활동의 원천이 됐다.

여기에 서양의 새로운 사상과 문물에 대한 적극적인 수용은 추상적이고 공허한 관념적 학문을 벗어던지고 실사구시의 실용학문을 지향하는 바탕이 됐고, 그 결과 조선의 실학사상이 정약용에 의해 꽃을 피울 수 있었다.

책 ‘내가 살아온 날들’은 시대를 앞선 실학자인 정약용 탄생 250주년을 맞아 250년 전 우리곁에 살았던 천재 중의 천재 정약용의 철학과 학문, 사상 등 그의 통합적 사고의 정수들을 뽑아 신윤학이 엮은 책이다.

책은 정약용이 생각한 근본·수신·사회체계·경제·학문·꿈·사랑 등 총 7개의 부로 나누어 구성됐다. 각 부 사이에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위한 시대적 배경과 개인적 배경, 저술에 담긴 그의 사상과 목적 등을 배치해 각 부록들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정약용은 자신의 방대한 학문 세계를 500여 권에 달하는 저술로 완성했고, 다방면의 연구는 각가의 분야에서 완성도 높은 일가를 이뤘다. 그는 유배 이전부터 허례허식을 탐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구가하는 조선의 사대부들을 비판하며 실질적이고 개혁적인 학문을 탐구한 인물이었다.

책에 실려있는 그의 시들은 한 인간으로서 감내해야 하는 외로움과 고통, 조선의 사대부이자 학자·관리로서 백성들이 고통받는 현실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느끼는 정약용의 고뇌의 산물이며, 가족과 주고받은 편지는 아내에 대한 사랑과 그림움·미안함, 자식들에 대한 여느 부모와 다름없는 염려다.

타락한 제도와 부패한 벼슬아치로 인해 백성들이 큰 고통에 시달리고 반상의 구별이 당연한 시대에, 정약용은 백성이 근본인 세상을 꿈꾸며 보다 근본적이고 실용적인 학문과 정치체계를 완성하는데 유배생활의 전부를 할애했다. 그가 생각하는 학문의 목적은 세상을 다스리는 일에 실질적인 이익을 주는 것이었고, 그 이익은 백성들의 풍족한 생활로 이어지는 것이어야 했다. 책에는 이러한 정약용의 민본사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들이 곳곳에 실려있다.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하고 백성을 근본으로 하는 사회를 꿈꾼 정약용의 실학정신은 25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의 사상과 학문은 오늘날 사회개혁의 방향과 국가의 역할을 고민하는 우리들에게 여전히 든든한 좌표로써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런 그가 현대의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들은 백성이 근본이 세상을 만들고 있는가‘라고.


정약용지음·신윤학 엮음/스타북스/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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