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비오니까 무덤에 꽃폈어요!”
창밖으로 장대비가 내리는 6교시,
창밖을 물끄러미 보던 병수가 툭 내뱉은 말이 싱그러워
무슨 꽃이 폈나 나도 잠시 수업을 멈추고
창밖을 내다보았더니
빗물에 씻긴 푸른 녹음이 선명하게 제 빛을 찾아
무덤 위에 핀 하얀 개망초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집에 갈 걱정도 잠시 잊고
비에 젖는 푸른 숲을 내다보는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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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경북 청도 출생. 영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사람의 문학 ??(2006년 여름호)으로 등단. 능인중학교 교사
해설) -해설 김연창-
그림이 그려진다. 한창 삶의 절정에서 틀 안에 갇힌 아이들의 무심한 일상에서 작은 변화를 발견하는 기쁨을 느낀다. 하필 그 창으로 보이는 건 평소 같으면 괴기스런 무덤일터인데, 그 죽음 장소에서 솟아나는 생명체. 죽음과 탄생과 더불어 치열한 삶의 현장이 공존한 교실이 아름다운지 아닐지는 각자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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