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소리 없는 살인자 석면
<기고>소리 없는 살인자 석면
  • 승인 2012.07.1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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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서비스재해예방팀장)

최근 자료에 의하면 30년 전 석면 광산이 있었던 충남 홍성과 보령 인근지역 주민 가운데 110명이 석면에 오랜 세월 노출돼 폐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마을 주민 2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였는데 폐질환 환자가 2명중 1명꼴인 것이니 정말 충격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광산이 폐쇄된 지 3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속출하고 있는 피해자들! 그런데 무서운 것은 석면으로 인한 환자들 못지않게 사망자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남자가 여자에 비해 석면으로 인한 사망재해를 많이 당했다. 이는 석면에 노출된 환경에서 일하는 남자들이 많음을 뜻하는 것일 테다.

점차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까지 내모는 무시무시한 석면재해,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석면은 자연 상태에서 목화나 누에고치처럼 가늘고 긴 모양의 섬유형태를 띤 결정이 모여 이뤄진 광물이다. 불에 타지 않고 어떤 화학물질에도 견디며 전기에도 반응하지 않고 닳지도 않는 아주 튼튼한 성질을 지녔다. 그래서인지 섬유, 직포로 가공해 방화, 단열, 마찰제 등 건축자재로 많이 이용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유용한 광물질이 우리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이다. 석면은 발암성 물질이며 폐암, 악성중피종, 석면폐를 일으키는 물질이며, 석면을 20년 이상 취급한 사람의 폐암 발생률은 취급하지 않은 사람보다 10배나 높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석면먼지에 오염된 환경 속에서 지내면 비흡연자보다 폐암에 걸릴 확률이 53배나 높아지게 된다. 그렇다면 내 가족들은 과연 석면으로부터 얼마나 안전할까?

석면은 내열성과 절연성이 뛰어나 1970년대 산업화과정에서 건축자재로 널리 사용되었다. 그래서 지하철, 학교, 농가 등 오래된 건물 곳곳에서 석면 노출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농촌 지붕 개량 사업에 대량 사용된 석면슬레이트는 노후화된 채 방치되어 있으며, 도시 재개발·재건축사업의 건물 철거과정에서 석면먼지가 바람에 날리게 되면 시민에게 치명적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석면노출은 남의 집 불구경하듯 지켜보기만 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석면으로부터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석면함유제품대신 석면 대체재를 사용해 최대한 석면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 석면노출위험이 높은 오래된 건축물의 개보수나 재건축시에는 법령에 정하는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특히 석면을 불법해체·제거하는지를 잘 감시하고, 혹시 불법일 경우 고용노동부에 신고를 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 혹시 석면에 노출되어 있는 상태거나 노출이 의심된 상황을 겪었다면 정기적인 폐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처럼 사전 예방활동을 통해 모든 국민들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일을 하다보면 석면 공포는 자연스레 사라지게 될 것이지만 무엇보다도 안전의식이 우리사회에 깊이 존재할 수 있도록 각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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