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까지 눈이 내린 산사에 와서
고드름으로 귀를 닫고
흰 눈으로 입을 봉한
암자와 마주 섰지요
댓돌 위 흰고무신엔 적막을 신겨놓고
갈피마다 눈가루 뿌린 붉은 동백 앞세워
묵언정진 팻말 하나로 나를 맞네요
세상에 와서 가장 많이 쓰고 가는 건
물도 아니고 돈도 아니고 말이라 하던
당신 말이 생각났습니다
묵언만큼 깨끗하고 아름다운 말이
세상에 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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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매일신문에 `화석’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2003년 평사리문학대상에 `아팝꽃 그늘’외 4편으로 당선. 시집 `철새는 그리움의 힘으로 날아간다’ `감잎에 쓰다’ 등이 있음
해설) -해설 김연창-
눈온 세상이 고요한 것은 눈이 소리를 흡수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소리도 없는게 적막한게 아니라 아주 작은 소리가 있어서 더욱 적막하게 느껴진다. 마치 흰 눈속에 붉은 동백이 있어 눈이 더욱 희게 보이듯. 묵언이 아름다운 말이 있어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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