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여민동락(與民同樂)과 경제민주화
<달구벌 아침>여민동락(與民同樂)과 경제민주화
  • 승인 2012.09.2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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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식 한국선비문화수련원 전임연구원 철학박사

`월 스트리트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지난 17일은 반 월가 시위가 전 세계를 휩쓸고 지나간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된 반 월가 시위는 순식간에 80개국 1500여개 도시로 확산되어 자본의 탐욕과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1%의 거대 금융자본의 탐욕으로 인해 발생한 세계 금융위기의 피해가 99%의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월가의 부도덕한 경영자들은 수천 억 달러의 연봉을 챙기고 있었다. 월가 시위는 부를 독점한 1%를 향한 99% 중산층과 서민들의 경고이자, 신자유주의의 유효기간이 끝나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일찍이 맹자는 `여민동락(與民同樂)’하지 않는 정치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백성들과 공유되지 않는 독점 권력은 커다란 저항에 직면하여 최후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렴주구와 학정으로 백성들의 원성을 샀던 걸(桀)왕은 하늘에 태양이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자신의 세상은 영원하리라 공언했다.

그는 주지육림(酒池肉林: 술로 만든 연못과 고기안주로 만든 숲)을 만들어 주색의 향연을 즐겼고, 시뻘겋게 달구어진 구리기둥 위를 걷게 하는 포락(?烙)이라는 잔인한 형벌로 백성들을 괴롭혔다. 백성들의 원망은 극에 달해 “저 하늘의 태양은 언제 망하는가! 나는 저 태양과 함께 망하리라” 외쳤다. 걸왕의 폭정을 향한 백성들의 외침은 1%를 향한 99%의 외침이었다. 마침내 민심을 잃은 걸왕은 탕왕(湯王)의 정벌로 나라를 잃고 말았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경제는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의 양산, 만성적 청년실업과 중산층의 파산을 가져왔다. 서민의 가계부채가 1000조에 육박하는 심각한 위기상황이다. 상황이 이러하지만 정부는 부자감세 정책으로 재정을 악화시켰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대기업은 `고용 없는 성장’으로 그들의 사회적 책임을 방기했다.

뿐만 아니라, 기업은 망해도 기업가는 망하지 않는다는 대기업의 탐욕과 실패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피해가 고스란히 99%의 중산층과 서민에게 전가되었다. 99%의 인내가 한계에 도달하면 우리사회는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민주화’ 문제가 이번 대선의 핵심 키워드가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경제민주화’란 소수 재벌의 시장지배와 경제력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성장과 안정을 위해 국가가 경제에 대한 규제와 조정을 시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요컨대,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승자독존의 사회구조를 승자패자공존의 사회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하는 사회, 소수 특권층의 반칙과 편법을 방지하고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 중산층과 서민들이 공정한 기회를 보장받는 사회, 사회적 약자가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공자는 공평함(均)이야말로 이상사회의 근간이라고 보았다. “적음을 근심하지 말고 공평하지 못함을 근심하는 것(不患寡而患不均)”이 국가를 다스리는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공자는 공평한 나눔의 사회에서는 약간의 부족함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여기에는 우리사회의 실상에 대한 공자의 날카로운 지적이 숨어있다.

돈이 없으면 인간대접은 고사하고 생존마저 위협받는 약육강식의 무한경쟁 사회에서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반칙과 편법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변을 배려할 여유를 잃어버리고 이기적 개인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자는 원칙과 상식이 통하고 나눔과 배려가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보았다.

공평한 나눔이 있는 사회가 구현되면 결과에 집착하는 조급함은 사라지게 되고, 비록 더디지만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새로운 비전과 가치가 공유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나눔과 공존의 미래사회를 지향하는 인류사의 필연적 과정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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