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우유 왕국을 이루게 한 독서
<대구논단>우유 왕국을 이루게 한 독서
  • 승인 2012.09.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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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대구달성교육지원청 교육장

바야흐로 무엇을 해도 다 좋을 상쾌한 계절이 되었다. 우리 선조들은 왜 이 계절을 `가을’이라고 했을까? 경상도 북부 지방에서는 `가을한다.’ 또는 `가실한다.’라고 하면 `추수한다.’는 것을 가리킨다. 이로 보면 `가을’은 `갈무리한다.’에서 비롯된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와 함께 왜 이 계절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독서는 어느 계절을 막론하고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인데 하필이면 왜 이 계절에 독서를 강조할까 하는 것이다. 그것은 그만큼 이 계절의 기후가 사람으로 하여금 정신이 맑아지게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이 계절은 무엇을 해도 다 좋은 계절이 아닌가 한다. 그러고 보니 문득 독서로 성공한 최명재라는 분이 떠오른다. 한때 파스퇴르라는 상표를 붙인 우유 제품이 선풍을 일으킨 바 있었다. 이 제품을 만든 사람이 바로 최명재라는 분이다.

그는 우유 제품으로 크게 성공하여 많은 돈을 벌었다. 그리하여 그 돈으로 일생의 마지막 할 일은 교육이라고 생각하고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설립하여 지금은 미래 동량들을 육성하는 일에 전력을 다하고 있고 있다. 그는 우유로 돈을 벌기는 하였지만 처음부터 우유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었다. 그는 상경대학을 졸업하고 은행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였다.

70년대 어느 날, 신문을 보다가 건축 경기가 활발해질 것임을 짐작한 그는 은행에 사표를 내고 벽돌 공장을 경영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강가 모래밭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손수 벽돌을 찍고, 또 트럭으로 공사장까지 운반해 주었다. 그러는 가운데 더 단단한 벽돌을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기술 서적을 읽었고, 그것을 직접 실험하였다. 그리하여 그가 만든 벽돌은 많이 팔려 나갔다. 그러나 점차 건축 경기가 시들해지자 사업이 예전만 못하게 되었다.

다른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택시회사를 시작하여 크게 성공하였다. 그러나 이 역시 국민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자가용 승용차가 점점 늘어나자 미래가 어두워졌다. 이에 외국으로 눈을 돌려 이란으로 건너가 운송 사업을 시작하였다. 역시 부지런히 노력하여 크게 성공하였으나 혁명이 일어나 외국 자본이 배척당하게 되자 하는 수없이 투자액의 반도 못 챙긴 채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또 무슨 사업을 할까 구상하던 중 마침 일본에서 열리는 꽃 박람회 소식을 접하고 꽃 산업을 타진하기 위해 일본으로 날아 간 그는 먼저 숙소에서 읽을 책을 구하러 서점에 들렀다. 그곳에서 그는 <이것이 진짜 우유다>라는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우리 돈으로 2천 원이 채 되지 않는 얇은 책이었다. 우유에도 진짜 가짜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그는 책을 사 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책의 내용은 우유를 소독할 때에 대부분 높은 온도에서 짧은 시간 소독하는 이른바 `고온순간살균법’을 사용하는데, 이럴 경우 맛은 고소하지만 비타민을 비롯한 영양소가 많이 파괴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낮은 온도에서 오랜 시간을 소독하는 `저온장기살균’을 하면 영양소 파괴가 적으며 우유다운 맛이 난다는 것이다.

“그래, 이런 우유를 만들어 보자!” 그는 꽃박람회에는 가보지도 않고 당장 그 책을 쓴 사람을 찾아갔다. 그 책을 쓴 사람은 은퇴한 노교수였다. 그 교수는 아무도 자신의 주장에 귀 기울여 주지 않았는데 한국에서 온 사업가가 관심을 가지는데 대해 만족해하며, 그 기술을 가르쳐 주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최명재는 그동안 번 돈으로 강원도에 목장을 만들고, 그곳에서 나오는 우유를 저온장기살균 처리하여 팔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우연히 읽은 책 한 권이 그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던 것이다. 그는 지금도 여전히 서점에 들러 새로운 것을 찾고 있다고 한다.

이 가을에 나의 운명을 바꿀만한 책 한 권을 찾아 독서삼매경에 빠지는 일은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 숱한 번민의 지난 방황을 깨끗하게 극복하게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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