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잠든 사이에 범인은 탈주 연습을
경찰이 잠든 사이에 범인은 탈주 연습을
  • 승인 2012.10.03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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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장 탈주범 최갑복이 탈주를 감행하기 전 근무자들이 졸고 있는 틈을 타 세 차례의 예행연습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화의 한 장면도 아닌 실제로 탈주 연습을 벌였고 그 시간에 당직 경찰들은 잠자고 있었다는 것이다. 연일 벌어지는 `묻지 마 범죄’와 성폭력 범죄로 방범비상령이 내려진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니 기가 막힌다.

이 같은 사실은 경찰이 동부경찰서 유치장 CCTV 화면 한 달 치 분석과정에서 드러났다. 지난달 12일 입감된 최씨가 14일 오전 6시20분쯤 배식구에 머리를 밀어 귀 부분까지 빠져나왔으며, 오전 6시 26분에는 머리를 완전히 빼내는 데 성공했고, 이어 15일 오전 5시 27분부터는 4분18초 만에 상반신을 모두 빼냈다가 다시 유치장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송 경사 등 3명의 근무자들은 모두 졸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잠만 자고 있는 경찰을 보고 범인 최 씨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진다.

대구경찰청은 2일 감찰조사 결과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최가 탈주를 시도할 당시 근무를 태만히 한 송 모(45)경사 등 3명을 추가로 징계하기로 했다. 이로써 징계대상에 오른 경찰관은 최 씨가 실제 탈주한 17일 근무자와 상황실장 등을 포함해 9명으로 늘어났다. 한편 최 씨가 탈주하기 전 1개월간 CCTV 녹화 분을 모두 분석해 해당 경찰들이 근무태만이 밝혀질 경우 엄중 문책할 것이라고 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 정도로 수습될 일인지 의문스럽다. 사안이 너무 중차대하고 그간 대구경찰에서 벌어진 사건사고가 너무 많은 때문이다.

유치장 탈주범 최 씨 사건을 계기로 부각된 대구경찰의 모습도 실망을 금치 못한다. 최갑복(50)씨가 유치장에서 탈출한지 6일째인 지난 22일 경남 밀양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붙잡힌 데는 시민들의 제보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시민들의 신고가 사건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새삼 알게 한 사건이었지만 경찰의 무능을 거듭 드러낸 계기이기도 하다.

최씨가 22년 전에도 호송버스의 쇠창살을 끊고 탈주한 전력이 있다면 특별한 조치가 필요했는데도 전혀 그렇지 않았고 도주하는 동안 단 한 번도 경찰 검문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경찰이 최 씨의 도주로를 차단한 것이 아니라 뒤 따라 가는 형국이었다. 유치장 앞에서 졸고 있었던 경찰이나 범인보다 한 발 늦은 포위망 등이 대구경찰의 치부를 드러낸 사건이다.

번번이 하는 주문이지만 대구경찰의 기강확립이 시급해졌다. 지난 해 말부터 각종 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대구경찰의 위상이 형편없이 추락하고 있는 만큼 철저한 원인 분석과 그에 따른 강력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선을 앞둔 지금 경찰이 흔들리면 민생치안도 무너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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