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동일노동 동일임금
<달구벌 아침>동일노동 동일임금
  • 승인 2012.10.0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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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규 대성에너지 사장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이슈로 등장한지도 이미 오래 되었다. 비정규직은 최근 그 숫자가 계속 증가하는 것도 문제이려니와 더 큰 아픔은 그들의 임금수준이 낮고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액은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 근로자의 경우 절반정도이며 사회보험 적용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더욱이 정부의 노력과 민간 기업에 대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 구조상 비정규직이 가까운 장래에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 또한 매우 낮다. 우리 산업계의 뿌리를 형성하고 있는 취약계층이 사회적 위험과 시장불안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는 뜻이며 나아가 경제적 양극화와 중산층 붕괴의 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은 필요하다.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도 필요하고 피고용인의 입장에서도 그러하다. 기업은 노동의 유연성 제고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느 정도의 비정규직 고용이 불가피하다. 피고용인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전공을 살리고 작업시간을 스스로 조정하면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제도가 될 수 있다.

문제는 비정규직이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인건비 절감과 직원관리의 편리를 위해 비정규직을 사용하고 있고 비정규직 구직자들은 정규직으로 가는 문이 워낙 좁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 자리라도 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노동계의 현실이다.

노동의 유연성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고용의 유연성 즉 기업이 손쉽게 채용과 해고를 할 수 있는 자유 외에도 임금의 유연성, 노동시간의 유연성, 그리고 노동자가 필요에 따라 다른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의 유연성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노동의 유연성 중에서 우리는 유독 임금이나 노동시간의 유연성은 자연스레 지나치게 높은 반면, 경직적인 고용 관행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채용과 해고가 손쉬운 비정규직을 활용하는 고용의 유연성만이 유독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가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따라서 고용의 유연성과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은 설사 채용과 해고절차에서는 차이가 불가피하다 할지라도 나머지 분야에서는 정규직이나 비정규직 구분 없이 같은 처우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는 단지 고용형태의 기준이 고정임금이 아닌 작업량의 변화에 따른 조정이라는 측면에서만 선택되어야 한다.

비정규직이라고 해서 같은 일을 하는데도 임금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보면 비정규직은 고용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반면 사업주에게는 해고의 자유가 주어지므로 오히려 위험수당의 개념에서 임금을 더 주어야 이치에 합당한 것이다.

경제구조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한다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근본적 처방은 비정규직 해소와 보호를 전제로 하여 현재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하는 형태가 되어야할 것이다. 실제 유럽 강소국들의 경우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유지하면서도 비정규직의 폐해가 비교적 적은 것은 기업들이 고용의 유연성을 누리되 임금이나 복지 면에서 비정규직을 차별하지 않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것은 단기적인 비용 면에서는 분명 이익이 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항상 유리한 것만도 아니다. 종업원의 충성심 확보나 업무의 계속성 유지, 그리고 인적자원에 대한 체계적 훈련은 비정규직으로는 감당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 외에 노조 특히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정규직 노조의 자세전환도 필수적이다. 우리 노동시장의 특성중 하나가 `정규직의 높은 경직성’과 `비정규직의 지나친 유연성’ 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정규직 노조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같은 직업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여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근로자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비정규직이나 비노조원과는 경계를 그었다. 자신들은 고용안정과 높은 임금을 보장 받는 대신 비노조원을 신분불안과 낮은 처우에 방치한 셈이다. 이는 노동자를 보호하라는 주장이나 기업들로 하여금 사회적 책임과 상생 경영에 나서라는 목소리에 대해 스스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자세이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기업 그리고 혜택 받은 노조 모두가 스스로의 몫을 감당하면서 자기가 가진 것의 일부를 사회의 공동선을 위해 내놓겠다는 자세가 전제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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