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1.5인 맞벌이 시대
<달구벌 아침>1.5인 맞벌이 시대
  • 승인 2012.10.08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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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민 경북새일지원본부 연구원·정치학박사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바로 일자리 문제이다. 추석민심을 접한 정치권은 이구동성으로 일자리와 민생이 국민들의 가장 큰 요구라고 전하고 있다.

이에 대선후보들 역시 너나없이 일자리 문제 해결을 중요 정책공약의 하나로 내걸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이번 주 일자리 공약을 직접 발표할 예정이라고 하며, 지난달 16일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문재인 후보는 현충원을 방문한 뒤 대선후보로서 사실상의 첫 일정으로 일자리 정책 간담회를 택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 역시 정책의 초점이 일자리 중심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 정부 역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자리야말로 최선의 복지’라고 외치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 문제를 논할 때 우리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 있다. 바로 `일자리의 수’에 못지않게 `일자리의 질’에 대한 고민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통계청에서 매월 발표되고 있는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우리가 체감하고 있는 고용시장의 현실과는 달리 취업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는 2천510만6천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7만 명 증가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경제성장률 1% 상승=취업자 수 6만 명 증가’로 계산된다. 주요 기관이 전망한 올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 안팎에 그치는 것과 대비해 보면, 이러한 일자리 증가 현상은 비정상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4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3.3%로 떨어졌지만 취업자 수는 47만4000명이나 늘어, 2002년 3분기 이후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취업자 수 증가폭은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연속 40만 명 선을 넘어서기도 하였다.

이처럼 경기가 나쁜데도 일자리가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1.5인 맞벌이’의 확산 때문이다. `1.5인 맞벌이’는 남편은 하루 종일 근무하고 부인은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것으로, 정부는 이를 우리의 고용구조가 남성 외벌이 모델에서 `1.5인 맞벌이’ 모델로 바뀌면서 선진국 형 고용구조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최근 단시간 근로 동향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단기간 근로는 여성, 특히 30대 이상 맞벌이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주 36시간 미만 일하는 단시간 근로자는 지난해 454만3000명으로 전년보다 91만7000명이나 늘어, 전체 취업자 중 18.7%를 차지하고 있다. 단시간 근로자는 남성보다 여성이 많아, 30대의 경우 남성 취업자 중 단시간 근로자는 9.7%에 그쳤지만 여성은 23.4%에 달했다. 특히 30대 여성은 자발적으로 시간제 근로를 선택했다는 응답이 59%에 달했다.

단시간 근로자의 증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장 노동시간을 보유한 우리나라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2007년 47.1시간에서 2011년 43.9시간으로 낮추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하였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단시간 근로 증가는 선진국 형 고용구조로의 변화 과정”이라며 “기존 근로시간의 일부를 추가 인력으로 대체하면서 근로시간 단축과 고용개선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단시간 근로자 가운데 자발적 선택의 비중이 2008년 32%에서 지난해 44%로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단시간 근로자의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 가입률이 10%대 초반으로 70% 후반에 달하는 정규직의 6분의 1수준에 불과한 점 등을 살펴볼 때 단시간 근로의 질의 문제가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즉 우리의 단시간 근로의 증가는 남성 가장의 고용 조건이 열악해지면서 여성들이 생계보조를 위해 고용의 질이 떨어지는 단시간 근로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정부가 주장하는 `선진국 형 구조’라기보다는 `가계생계 보조수단’인 것이다.

2017년부터는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가사와 육아서비스의 질제고 노력과 함께 단시간 정규직 제도 도입을 위한 지원 등 질 높은 일자리 창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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