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사과는 싸이처럼
<달구벌 아침>사과는 싸이처럼
  • 승인 2012.10.1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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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오 대구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지난여름 가족 휴가를 간 부산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처음 들었다. 최근 대중가요의 문외한인 까닭에 이 노래를 들으면서도 이렇게까지 인기를 끌 거라는 예상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유트브로 ?강남스타일?을 보고 들으니 이건 하나의 사건이었다. 뮤직비디오 ?강남스타일?은 초지일관 유머 코드로 연출된 신나는 문화적 축제였으며 그 축제는 꽤나 중독성이 강했다. 그런데 이 중독에 빠져든 이가 나만이 아니었다.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강남스타일?이 머지않아 1위에 등극할 수도 있다하니 놀랄 일이다.

내 기억 속의 싸이는 언제나 잘 나가는 가수가 아니었다. 먼저 싸이의 대마초 사건. 2001년이었을까. 싸이는 대마초 흡입 혐의로 구속된다. 당시 엽기가수로 인기를 구가하던 싸이가 입건, 구속되자 그러면 그렇지 냉소한 대중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재판부가 싸이를 초범이라고 곱게 본 것일까, 싸이는 벌금을 내는 조건으로 석방된다. 싸이의 진짜 위기는 대마초 사건이 아니었다. 2007년에 터진 싸이의 병역 비리 의혹 사건. 병역특례를 받은 싸이가 사실은 근무를 태만히 하며 병역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의혹이 터진 것이다. 이게 바로 싸이의 진짜 위기였다.

한국에서 병역 비리는 그 자체로 해당 인사를 몰락시킬 파괴력이 큰 사건이다. 누구나 대통령이 될 거라고 예견한 과거 이회창 후보가 몰락하게 된 데에는 아들의 병역 기피 의혹이 상당한 원인이었다. 석방된 싸이가 어렵사리 이어가던 가수 인생이 정말 종지부를 찍게 것이다. 그런데 어라, 싸이가 병역 비리 의혹을 사실로 인정하고 재 입대를 선택하면서 위기 상황은 반전된다. 기자회견장에서 싸이는 이렇게 말했다. “쌍둥이들에게 떳떳한 아빠가 되고 싶고, 그래서 행정소송을 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사람이 사람인 이상 누구나 실수하기 마련이다. 아니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다. 대선후보들은 어떨까?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라고 해서 실수에서 자유로운 게 아니다. 그들도 완벽한 사람이 아닌 이상 실수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실수하는 모든 이들에게 중요한 건 사과의 용기일 게다.

사실 실수의 당사자가 자기 과오를 담백하게 인정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과오를 인정하기 전에 음모론으로 자신의 과오를 합리화하는 이가 있는가하면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아예 시치미를 떼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렇기에 우리는 고대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 오이디푸스를 자신의 과오를 에두르지 않고 인정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지금도 영웅으로 부르고 있다.

싸이의 사과가 사과의 전범이라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그는 말로만 사과하지 않고 재 입대를 선택, 결행하는 등 사과를 실천했다는 점에서 사과의 진수를 보여준 건 틀림없다. 어린 두 딸과 제대 이후의 나이를 계산하면 재 입대 선택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사과함으로써 더 큰 자기를 만드는 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 진정한 사과는 자신을 합리화하거나 아니면 그 반대로 자신을 학대하기 위해 하는 게 아닐 게다. 그건 본질적으로 새로운 자기와 마주하려는 용기의 결단이요 결단의 실천인 것이기에 그렇다.

이런 점에서 대선후보들은 싸이에게서 사과를 배워야 한다. 그들이 싸이에게 배울 건 말춤이 아니라 사과의 진정성인 게다. 후보 간 상호 공방이 격화되다보니 각자의 흠과 실수가 노출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대한 대응은 글쎄 나로서는 싸이의 사과 방식이 옳다고 믿는다. 정치인들이야 사과를 정치공학적 차원에서 계산, 연출할 수도 있겠으나 국민의 입장에서는 정치공학적 차원의 사과가 아니라 진솔하게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더 새로워진 자기를 보여주는 사과를 바랄 수 있을 것이다. 즉 말로만 하는 사과가 아닌 말이 끝난 지점에서 행동으로 이어지는 사과 말이다.

말로만 하는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 진정한 사과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사과여야 하며 더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자기를 탄생시키는 사과여야 하겠다. 그런데 사과가 어디 대선후보만의 문제일까? 너나없이 실수를 거듭하는 우리들 아닌가. 그렇기에 싸이에게서 배워야 할 건 다시 강조하지만 말춤이 아니다. 우리는 그에게서 사과를 회피하지 않는 용기를 배워야 한다. 자 싸이에게서 배우자. 과오를 인정할 땐 `쿨’하게 인정하고 행동이 필요할 때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과의 실천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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