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화해 : 다시 `우리’가 되는 법
<대구논단>화해 : 다시 `우리’가 되는 법
  • 승인 2012.10.1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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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진 스피치컨설턴트

얼마 전 오랫동안 소원했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소한 일로 마음이 상해 몇 년 동안 소식이 끊긴 친구다. 친구는 오랜 시간 관계가 이미 틀어질 대로 틀어져서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걸까. 나의 마음이 단단히 닫혀 있다고 생각해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았다. 이쯤 되면 손쓸 방도가 없었다고 판단해서인지 `에라, 모르겠다, 나도 할 만큼 했다.’라고 돌아섰던 친구다. 그렇게 돌아선 것까지는 좋았는데 마음이 풀리지가 않았던 것일까.

뜬금없는 나의 전화에 친구는 수화기 저편에서 처음엔 어색해하고 머뭇거리더니 그때 진짜 서운했었다고, 연락해 주어서 고맙다고, 언제 밥이나 한 끼 하자고 반가워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화를 끊고 나니 미소가 지어졌다. 관계가 틀어지기 전 막역한 사이여서 그런지 몰라도 원상회복이 이렇게 쉬운 걸, 왜 이제까지 끌어안고 살았나 싶었다.

화해는 증오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다. 또 화해는 용서보다 어렵다. 용서나 증오는 일방적이지만 화해는 쌍방적이기 때문이다. 용서나 증오는 자존심을 굽힐 필요 없이 할 수 있지만, 화해는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서는 좀처럼 하기 힘들다. 화해의 어려움은 또 있다.

명백히 잘못한 쪽이 있다면 화해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잘못한 쪽이 인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화해하기 전에는 대개 어느 한편의 잘못을 확실히 가리기 힘든 경우가 많다. 양쪽 모두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느 쪽도 먼저 화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용서도 그렇지만 화해도 상대를 다시 만날 필요가 없다면 시도할 필요도 없고, 고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보지 않을 수 없는 사람과 깨어진 관계를 지속한다는 것은 미움과 불편함을 함께 안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부부싸움을 할 때 `우리’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면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고 화해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연구진이 154명의 부부를 대상으로 15분 동안 결혼 생활에 대한 서로간의 갈등, 불만 등을 털어놓도록 하고, 조사 대상자들은 말하는 동안 심박수, 체온, 땀이 나는 양 등을 측정해 스트레스 정도를 파악했다.

그 결과 부부 사이의 문제를 털어놓으면서 `우리가’, `우리를’, `우리의’ 등 유대감이 잘 드러나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부부는 스트레스 정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내가’, `당신을’, `나를’ 등 개별적인 느낌의 대명사를 자주 사용하는 부부는 서로에 대한 분노가 훨씬 강했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상당히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나’, `너’ 에 비해 `우’리라는 말을 사용하면 나빠진 부부관계를 다시 이어주고 서로 같은 팀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관계가 틀어지는데 있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런 문제는 늘 그렇듯 어느 한쪽만의 잘못은 아니다. 어쩌면 한동안 애정을 쏟았던 그 사람과 함께 서로 `우리’라고 생각했는데, 한순간 틀어져 `너’는 `너’가 되고, `나’는 `내’가 돼 버리고, 그래서, 화해의 길은 더 멀어졌던 것은 아닌지 말이다. 얼마 전, 서로 절친 이었던 유명한 두 남자 가수의 일을 통해서 화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화해는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지 상대방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처럼 관계 회복을 위해 자신과의 화해가 필요하다. 그런 다음 화해를 시도했을 경우 `너’와 `나’는 `우리’가 되고,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오래 묵은 감정, 실타래처럼 엉킨 갈등을 털어버리고 좀 더 가벼워져 보는 것. 과정이 어려울지 모르나 방법은 아주 단순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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