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축제의 주인
<달구벌 아침>축제의 주인
  • 승인 2012.10.1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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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묵(수성아트피아 관장)

현대 축제의 양상은 좀 복잡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더욱 그렇다. 일제와 과거 권위적 국가 체제에서 축제가 단절된 후, 관 주도로 진행된 축제의 현상은 병적으로 왜곡되었다. 공동체 구성원이 주인이었던 축제가 주인을 배제한 채, 관 혹은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임의로 구성한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보여주기로 일관하였다. 일종의 위문공연 형식이었다. 그러다 최근 축제가 지역 활성화 혹은 관광자원의 도구로 인식되면서 지역에 대한 홍보 및 마케팅의 기능을 담당하였다. 그나마 나아진 것이 있다면 축제의 주인인 주민의 참여가 권장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참여라는 것이 소소한 즐길 거리, 혹은 만들어보기와 같은 체험 프로그램이 전부였다. 오히려 축제에 참여하는 주민/국민을 소비자/관광객으로 취급함으로써 축제의 주인을 더욱 타자화시켰다. 더욱이 문화관광부는 문화관광축제 평가에서 축제를 통한 경제적 효과를 가장 큰 비중으로 삼기에 이르렀다. 여전히 축제의 주인이 관 혹은 자칭 전문가인 셈이다.

다시 물어보자. 축제의 주인은 누구이며, 주인이란 무엇인가? 축제의 주인은 당연히 축제가 벌어지는 지역사회, 공동체의 구성원인 주민 혹은 국민이다. 그러므로 축제는 주인의 관심사 혹은 소망을 표현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위정자의 프로퍼겐다(propaganda), 즉 그들의 관심사나 희망사항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대다수의 축제는 지역 정치권력의 이념 혹은 자화자찬을 늘어놓기 일쑤다. 주인이란 모름지기 자신의 일에 대하여 의사결정권이 있는 법이며, 또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직접 땀과 열정을 쏟아야 한다. 그리고 책임도 지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쉽지 않다. 특히 현대 도시에서는 더욱 그렇다. 공동체 구성원들의 경제적 기반이 다르고, 이념적 지형도 다르고, 또 소망하는 바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관심사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래서 흔히 `00 성공기원’을 붙이기도 하지만, 왠지 절실하지가 않다. 주인인 공동체 구성원이 하고 싶고, 또 잘할 수 있고, 모두가 할 수 있는 축제, 그를 통하여 바라는 바, 소망을 기원할 수 있는 축제를 현대 도시에서 찾기란 정말 어렵다.

그러나 최근 축제의 경향을 보면, 서서히 주인을 섬기는 축제로 나아가고 있는 듯 여겨진다. 얼마 전 끝난 `컬러풀 축제’와 `수성 페스티벌’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두 개의 축제 모두 중앙의 유명 연예인을 초청하지 않고, 오히려 일반 시민을 주인공으로 삼아 무대에 올렸다. 특히 컬러풀 축제 중 대표행사인 컬러풀 시민 퍼레이드는 44개 팀 600여명의 시민들이 자신들의 경비로 제 나름대로의 콘셉트를 설정하여 의상, 헤어, 소품, 분장 등을 정성스럽게 장식하여 춤을 추며, 퍼포먼스를 전개하며 중앙로 거리를 행진하였다.

또 한 수성 페스티벌은 `생활예술 대축제’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유명 연예인이나 프로 예술가들이 아닌, 일반 시민들의 예술 역량을 선보이는 축제로 구성하였다. 약 200개 팀 2,000명의 시민들이 무대에서 자신들이 평소 가꿔온 예술적 기량을 선보이고, 그를 보기 위하여 가족과 시민 30여만 명이 몰렸다.

특히 수성 페스티벌 중 1km 김밥말기는 현대 도시축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였다. 들안길이라는 요식업 중심거리의 지역적 특성을 바탕으로, 일반 시민 및 업소 관계자들 약 2만 명이 하나의 목적, 즉 1km 김밥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무사히 말고, 또 30cm 이상 높이 들어 성공 만세를 부르는 장면까지, 그야말로 긴장과 환호의 순간이었다.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나 즐기는 김밥이라는 단순 소재가 메머드한 규모로 확장되면서 2만 명의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순간이었다.

일상 속에서 누구나 즐기는 패션과 김밥이 축제의 소재로 선택이 되면서, 일반 시민이 축제를 준비하고 실행하고, 또 즐기는 축제를 만든 것이다. 축제를 준비한 기획자는 그 축제의 전문가 혹은 주인이 아닌, 주인들을 위하여 상을 차려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지역 공동체 구성원이 축제의 주인으로 다시 복귀한 것이다. 이른바 `주인의 귀환’이다.

축제의 주인이 일반 시민이라는 것, 비단 축제에서만 아니다. 축제에서 주인이 귀환한 것처럼, 정치에서도 일반 국민이 주인으로 귀환하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12월 대한민국 대축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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