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은 하나같이 똑똑하다. 젊은 층들은 스마트 폰을 통하여 뭐든지 필요한 정보를 얻는다. 나이든 사람들의 주 정보원(源)은 신문이나 방송 매체다. 어디를 가든 대화가 풍성하다. 말 못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을 보면 모두가 정보의 덕을 톡톡히 받고 있다는 느낌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핵심 관심사는 아마도 12월 대선일 것이다. 박근혜, 문재인, 안택수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 말들이 무성하고 여기에 누구나 한 마디씩 거든다.
여론조사 결과가 거의 매일 나오고 있지만 정보로서의 가치가 미약하다고 느끼는지 거기에 무게를 두는 국민들도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후보자에 대한 정보는 무수히 쏟아지고 있지만 국민들에게 납득할 만한 정보는 주지 못하고 있다.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말의 성찬이 빈발한다는 것은 예사로 있던 일이지만 대선을 코앞에 둔 지금 후보자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정보의 접근 기근이 있다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말 그대로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 왜 그럴까. 정보의 혼란 때문이다. 정보의 범람은 사람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선택에 갈등을 유발한다.
전통적으로 정보의 제1체제는 신문 또는 방송이었으나 지금은 IT에 많은 자리를 내 주고 있다. 보고 듣고 판단하는 기능의 빠른 변화가 대량 정보를 유출하고 있어 유익한 정보 선택을 어렵게 한다. 또 신문이나 방송 등 매체가 전달하는 정보 내용이 같을지라도 정보의 양이나 전달 방법, 주제의 크기 등이 다를 경우 정보를 받는 측에서는 이해의 혼란을 겪는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접근해 보자. 소위 정치 평론가 또는 방송에 출연하는 정치교수들의 말이 우리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그들은 방송국을 옮겨 다니면서 말의 성찬을 벌이고 있지만 국민들에게는 신선한 모습을 못 보여주고 있다. 채널을 바꿔도 단골 출연자들의 얼굴이 또 나온다. 그들의 본업이 뭔지 의아할 때도 있다. 문학작품 평가를 문학평론가가 하듯이 정치문제는 정치평론가가 할 때 신뢰성이 있다. 메뚜기 한철을 만난 것인가. 교수출연자의 경우 전공이 정치 행정에 치우치고 있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정치평론가가 아니면서도 요령 좋게 자기주장을 합리화해 가는 것을 보면 저래도 되는가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누구나 각종 신문을 정독하고 분석하면 어느 정도의 뼈대를 만들 수 있고 좋은 입담으로 말 할 수 있다.
정치 대담을 시청하는 국민들은 TV에 자주 얼굴을 내 미는 교수들을 폴리페서(polifessor), 즉 정치교수로 인식할 때가 많다. 자기를 가르치는 교수가 이 방송 저 방송에 얼굴을 내 미는 것을 보면서 학생들은 우리 교수가 최고라는 믿음을 가질까. TV에서 정치 대담하는 전문가 연 하는 이들 가운데는 시청자에게 엉뚱한 정보를 주는 경우도 가끔 있다. 안철수 교수는 절대로 대선 후보자로 안 나올 것이라고 몇 번이나 강조한 출연자가 안후보가 후보 등록을 한 후에는 자기 말이 틀렸다고 시인하지도 않고 방송에 또 나오고 있다.
이럴 때는 방송국이 시청자에게 선거 정보를 주려는 것인지 그저 오락물로 내 보는 프로인지 분간이 안 된다. 유력 중앙지가 방송 채널을 확보한 후 정보 전달이 경쟁적으로 인기 편향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 지는 오래다. 방송사마다 분야의 전문가를 불러놓고 소위 족집게 식 대담을 하는 일이 유행처럼 되었다. 대선 후보자를 놓고 여러 말들을 하고 있으나 시청자는 세 후보자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는 흡족한 정보를 아직도 못 얻고 있다. 각자의 주장이 다를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흘러가는 맥이라도 잡아줘야 하는데 했던 얘기만 되풀이 하고 있다.
시청자에게 정보를 주기보다 재미로 풀어가는 이야기로 만족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어떨 때는 사회자의 정곡 질문에 답을 안 할 수도 없어 애매한 표현으로 넘어가는 경우를 보이는데 이것이 옳은 대선 정보전달이라 할 수 있겠나. 정보는 정확하고 누구나 알기 쉽게 전달될 때 가치가 있다. 그럴 때 언론도 충직한 워치독(watch dog)이 될 수 있다. 한국의 국격이 날로 커지고 있다. 보통 국민들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삶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후보자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국민들이 후보자를 잘 선택할 수 있는 정보체제 운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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