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를 찾아서>여름 난초꽃을 바라보며
<좋은시를 찾아서>여름 난초꽃을 바라보며
  • 승인 2012.10.29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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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번

어머니가 배가 아프다고 하여 입원을 했다.

젊은 의사가 어머니에게 “할머니 배가 어떻게 아파요”라고 물었다. 어머니는 “배가 알쪼근하이더”라고 했다. 젊은 의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머니와 나의 눈을 맞추며 “알쪼근한 것이 어떤 것이지요”라고 물었다. 팔순이 넘는 생을 삼 일만에 모든 결과를 들고 찾아온 젊은 의사는 할머니는 아무 이상이 없으니 퇴원을 해도 된다고 했다. 어머니는 아쉬운 표정인지 뭐 “알쪼근하게 여기셨다” 며느리와 딸들의 성화에 추위도 기승을 부릴 무렵 피부병이 나고 피부치료를 하고 보름쯤 해서 퇴원을 하려니, 잘 걸으시던 어머니가 또 다리가 아프다고 하셨다. 기력이 없어서겠지 하며 보신과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었다. 퇴행성관절! 친구들 모임에도 갈 수 없고 복지관 단전호흡과 노인회관 노래교실이며 삼삼오오 다니시던 일들이 다 허사가 되고 아주 외톨이가 되어 커튼을 내린 채, 네모 상자 속 드라마 주인공이 되어 눈물 흘리시며 일제시대 사나운 담임선생 이름을 들추고 관솔을 따다 바치고, 풀(퇴비용)을 해다 바치고, 보리방아 찢는 일에서 무명 삼배 명주를 내고 얼음을 깨어 흰 빨래를 하고, 6.25 사변 피난살이와 가솔들 먹여 살리기 위한 고생살이 아주 과거 지향형이 되어 버린 어머니, 무릎 수술을 하자고 하면 한사코 손사래를 저으시고- 아이처럼 얼르고 달래어 수술 날을 받아 놓고 수술 날이 다가 오자 수술 하루 전 날 아내를 불러서 수술 못하겠다고 했다. 무릎이 부어서 혼자서는 가누기 힘든 몸, 삼 년간 출입을 전폐하니 우울증과 함께 찾아온 온갖 신경성 질환으로 우리 집엔 새로운 종합병원이 되어 문병 오시는 분들이 가져온 과일과 음료수 난초 등이 모이기 시작하여 새로운 가게라도 차려야겠다.

모란이 피고 신록을 예찬할 무렵, 어머니의 무릎 종지기를 아주 갈아 끼웠다.
수술은 신작로처럼 잘 되었다고 했다. 이제 급행 버스를 타고 칠곡에서 범들이 살지도 모를 법물동 종점 친구 집 원족도 가신다. 더러는 외박도 잦으시다. 다음에는 다리도 갈아 끼우시고,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죄다 갈아 끼우시면 영생을 이루실까. 여름 난초가 꽃을 잔뜩 피우더니 꽃이 질 무렵 시든 꽃숭어리와 꽃대 마디마디 눈물방울 맺혀있는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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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송 출생. 1990년 우리시대 젊은 시인들 제4집으로 등단. 대구작가회의 회원. 현)현대불교문인협회 중앙부회장. 시집: `스탑 더 워’

해설) -해설 김인강-
어머님의 불편하신 모습을 바라보는 자식 마음 또한 알쪼근하게 느껴질 것 같다. 힘겹게 이겨내신 관절염의 고통은 꽃대에 보이지 않는 흔적을 남겼으니, 호전을 위해 들어온 난이 행운을 가져다주었을지도 모르겠다. 영생을 바라는 자식의 깊은 효심을 보는 순간, 어머님이라는 꽃은 언제나 활짝 피어 영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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