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 약자의 역설시대
<달구벌 아침> 약자의 역설시대
  • 승인 2012.10.2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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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경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대구경북학회 회장)

지난 10월9일에서 10월11일까지 서울 워커힐 쉐라톤 호텔에서 제13차 세계지식인 포럼이 개최되었다. `위대한 도약: 글로벌 위기에 대한 새로운 해법’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세계 각국에서 170여명의 학자, 정치지도자, 경제 CEO들이 초청되어 100여개의 세션이 열렸고, 포럼에 참석한 사람들은 3000여명에 이르렀다. 이는 실로 화려한 지식의 향연이었다.

외국의 석학들이 진단하는 글로벌 위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심각한 것이었고, 이제 세계는 새로운 질서와 리더십이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회질서와 경제 질서가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그 중에 두 가지만 소개를 해 보면, 베스트셀러 `아웃 라이어’의 저자이며 뉴요커 저널리스트인 맬컴 글래드웰은 이제는 소수의 1등보다는 혁신적인 다수의 3등이 대역전을 하는 시대라는 주장이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사람들(underdog)이 오히려 성공한다는 `약자의 역설’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였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천재들보다는 그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면서 조금씩 개선하거나, 융합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사람들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불리하다고 여겨졌던 입장이 항상 불리하지 않게 되며 오히려 이것이 강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경제학상을 수상한 프린스터대 폴 크루그만 교수는 지금 세계는 긴축이 아니라 부양정책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긴축은 중환자에게 다이어트를 강요하는 꼴이며 지금은 정부가 시장에 영양식을 먹이며 원기회복하게 만들 때라고 강조하였다. 그동안 인간성에 대한 논의를 경제학에서 진지하게 다루지 못하였다는 반성으로 인간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새로운 경제학 패러다임을 찾기 위해서 사람의 본성을 파헤치고 행복에 관한 사회적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행동경제학자들은 `해피노믹스’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그들은 한국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첫째, 한국의 특정자본주의체제를 지속하면 안 되고, 체계적으로 재벌문제에 대비하여야 한다. 둘째, 정부와 시장은 서로 상반되는 개념이 아니므로 상호 협력 체제를 만들고 서로 윈-윈하는 전략적 협력이 필요하다. 셋째 지나친 이데올로기는 피하는 것이 좋다. 넷째 사회복지가 경제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므로 사회복지 부분의 지출확대로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중노동구조를 없애야 하고, 다섯째 여성은 성장잠재력이므로 더 많은 여성의 노동참여를 늘여야 한다. 여섯 째 고등교육에 대한 공공지출을 늘여야 하며, 복지를 위한 세금인상은 불가피하다. OECD국가 중 한국의 세율은 두 번째로 낮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서 그들은 이러한 사항들을 개선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남북분단 상황과 한국의 정실주의, 정경유착 등의 한국특유의 자본주의체제라고 보았다.

한국은 짧은 시간동안 압축 성장을 하면서 경제 성장자체를 사회의 절대적인 가치우위에 놓았고 `사회적인 것’을 `경제적인 것’ 하위에 두면서 노동자는 기업과 국가가 정한 규정에 따라야 했다. 임금은 정부가 정하는 대로 받아야 했고, 단체행동은 사회 불순세력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따라서 한국사회에서 복지란 경제성장과정에서 낙오한 사람에게 주는 시혜로 생각하였으니, 그것은 선별적이어야 하고 예외적이어야 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가 처한 시대적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민연대가 중요하고 복지는 권리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

마샬은 시민권을 논하면서 18세기의 공민권, 19세기의 정치권에 이어서 20세기는 사회권의 시대라 하였다. 지금은 21세기이다. 21세기엔 사회권뿐만 아니라 참여권도 보장되어야 한다. 세계는 지금 대전환의 시기이다. 세계석학들이 진단했던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풀고 사회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사회안전망의 구축이 시급하다. 그리고 시민들의 공공참여와 더불어 인간성 본질에 다가가려는 해피노믹스의 구체적 실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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