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가지에 까치가 운다
나무는 제 가지가 찢어지고 갈라져도
까치 소리에 맞춰 몸 흔든다
노인들 멱통 잡고 발길질해도
애인한테 차인 사내 돌팔매질해도
흔들흔들 흔들림으로 자란다
저 흔들림은 나무의 리듬이다
까치가 주는 힘이다
까치 울던 날 창틀에 턱을 괴고
누군가를 기다리다 다 보내버린 한 시절마냥
나무는 까치의 울음으로 점점 넓어진다
그것이 수령을 잊고
남사스러운 침묵을 깨고
새 가지 움트게 하는 나무의 신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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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현대시’로 등단
해설) -해설 김인강-
늘 그 자리에서 말없이 모든 이들의 고뇌를 받아주고도, 태연히 바람에 맞추어 흔들리며 춤 출 수 있다는 것. 까치의 노래가 있고 바람의 노래가 있기에 더 곧고 풍성해 지는 나무의 자태. 비단 나무만의 일은 아닐 터, 사람도 이처럼 곧은 신념으로 더 밝은 노래를 부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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