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시계 소리 싸락 싸락 눈 쌓이는 겨울밤
보채는 아이를 재우려 등에 업고
희미한 방안을 거닌다
한동안 잠들지 못하고 칭얼대다
아이는 겨우 잠이 들고 나도 모르는 새 나는
싸락 싸락 눈 쌓인
달빛 차갑게 서리 내린 논둑길을
아버지의 뒤를 따라 걷는다
간도의 바람도 동란의 바람도
아버지의 등 뒤에서는 불지 않는다
꼭두새벽 흰눈 덮고 잠드신 할아버지 뵈오려
논둑길 밭둑길 따라돌아 나란히 걸어간 발자국, 발자국 밟으며
달빛 차갑게 서리 내린 방안을 걷는다
방안엔 밤새 혼자 걸어간 발자국
------------------------------------------------
1995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꽃의 마음 나무의 마음’ `내가 세우는 나라’ `위대한 표본책’이 있음.
해설) -해설 김인강-
내 아이의 안식처가 된 등. 칭얼대던 아이도 편안히 잠들고, 어느새 나는 세월 너머 저 과거 길을 돌아간다. 늘 바람막이가 되어주던 아버지, 또 아버지의 아버지. 이젠 그 때의 바람을 내가 막고 섰으니, 과거와 현실은 언제나 연결된 한 길.
저작권자 © 대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