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
일개미에게 공손히 절 하는가
90도로 허리 굽히는 한 할머니
빈 깡통 종이 박스에 담긴
헛바람, 헛꿈을 꾹꾹 눌러 단단히 묶는다
육신의 짐에 파묻혀 리어카를 밀고 가는
그 깜깜한 밤을 노을이 천천히 끌고 간다
시간 밥줄은 달동네 판잣집에서도
허리 제대로 펴지 못하고
끙, 끙 아리랑 고개 아라리오 넘어간다
어린 손자의 밥통 살리려 일평생 고된
그 일이, 버려진 목숨 거듭나게 하는
소중한 일인 것을
아흔이 다 되어도
굽은 허리의 숨은 그 힘 깨닫지 못한 채
넝마 아리랑 고개, 고개를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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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 자인 출생. 1991년 계간지 `시와 시학’ 신인상 등단. 시집 `신처용가’ `바람다비제’ 외 다수. 2010년 1월 현대시 박물관 제정 제1회 만해 `님’ 시인 작품상 수상. 현대불교문인협회 대구경북지회장
해설) -해설 김인강-
요즘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들이다. 삶이 점점 팍팍해지니 어떻게든 생활고는 해결해야겠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리랑 고개를 넘으면서도 쓰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몸이야 수없이 넘어졌겠지만 다시 일어설 수밖에 없는 그들을 위하여 다 함께 노래라도 불러주어야겠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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