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를 찾아서>늑대의 호기심이 비둘기를 훔쳤다
<좋은시를 찾아서>늑대의 호기심이 비둘기를 훔쳤다
  • 승인 2012.11.1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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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교

콩팥과 신장을 사주세요
뇌사판정을 받은 고양이가 소리쳤어요
일기장엔 만성적자를 겪고 있는 주인의 수익곡선이 직각보행을 하고 있어요
위험한 경영학은 실패도 조작할 수 있다나 봐요

도박사들은 생을 마감할 때가 오면 히말라야로 길을 떠난다고 해요
고결하게 마감하고 싶다는 뜻이래요
레시피에 따르면 붉은 고추가 매달리는 계절이 곧 온다고 해요
한쪽 팔을 잘라낸 후에도 오랫동안 팔이 있는 것처럼 느끼듯 말이야 - 밀란 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며 떨면서 얘기했어요
떨어져 나간 씨앗이 주인의 자궁에서 꽃을 틔울 때, 잊지 말고
콩팥과 신장을 사주세요

주인과 고양이는 이제 꿈을 꿀 수 없어요
이별을 누가 알아줄까요(노래할까요)
레시피에 따르면 이별의 해독제는 달콤한 축농증이래요
긴 혀로 호흡하는 숨 막히는 절규 뒤에 오는 잔잔한 악어의 눈물,은
주인이 햇빛에 말려둔 짧은 시간이래요, 잊지 말고
콩팥과 신장을 사주세요

무지개가 뜬 히말라야엔
수염으로 말하는 바다고양이가 살고 있대요
검은 에메랄드로도 불리는 그녀의 말은
언제나 우수에 젖은 먹구름이였구요, 잊지 말고

액자에 걸린 엄마의 고양이가 건반 위에서 춤을 춰요
검은 건반 검은 건반 하얀 건반 하얀 건반

부조리하게 튀어 오르는 운율은
탈선한 호기심은
쉽게 놓지 못하는 독사의 꿈같은 건가 봐요

만성적자 위험한 경영학 레시피 이제, 잊지 말고
콩팥과 신장을 기증할게요

뇌사판정을 받은 고양이

@1989년 개봉한 송영수 감독의 영화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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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 출생. 2010년 `사람의 문학’ 등단. 리비도 동인, 대구작가회의 사무차장.

해설)-해설 김인강-
마음을 어찌 쓰느냐에 따라 인생도 접히거나 펴이는 법이다. 자신의 정체성이 살아서 진실과 직접 마주할 수 있다면 스스로 존엄성을 지킬 수 있다. 어느 때라도 존중과 배려가 가미된 긍정적인 사고로 생(生)의 레시피를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도 성취해야 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 아직 패배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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