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를 찾아서>타일 위의 양떼몰이
<좋은시를 찾아서>타일 위의 양떼몰이
  • 승인 2012.11.1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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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호

양떼가 타일 위에서 꼬물거린다
하루의 거품은 이렇게 타일 위에서 시작된다

욕실에 들락거리는 맨발들이
양떼를 이리저리 몰고 다니지만
하늘은 타일의 암청색을 바꾸지 않는다

발등으로 정강이로 오르내리며
오글거리는 양떼가 없다면
내 하루는 거품 없이 유순할 터,

거품의 수사修辭는 고도高度에 있지 않다

아틀라스산맥 사천 미터의 산 능선에서
바위를 타고 오르내리는 양떼나
벼랑의 풀을 뜯는다고
양떼에게 오래 맡겨둔 허공에는
수사가 없다

미끄러지거나 당당해지는
고삐 없는 유목의 방식에는 거품이 없다

종일 거품 물고 앞발질 뒷발질한 내 발을 내려다보며
발등 위로 미끄러지는 거품을 씻어내었으니
이제 말에서도 거품을 뺀다
타일 위의 거품은 양떼가 아니다

어둠이 까마귀 떼로 찢어지는 방향과 같이 흘렀다가
양떼구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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