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식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대구스타일
독일식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대구스타일
  • 승인 2012.12.02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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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영 대구경북알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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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통령선거에 뛰어든 거대양당의 지역공약을 살펴보았다. 여야 공히 대구시 장기정책과제의 대선공약화 모드에 빠져 대구시청 숙원사업=지역숙원사업이라는 착각 속에 사는 것으로 보였다. 상위 몇% 세력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여야의 지역 대선공약을 보면 낭창하기 짝이 없어 심히 유감이 아닐 수 없었다.

5년마다 공개되는 지역 대선공약은 사회적 존경을 잃고 고담도시로 낙인찍혀버린 대구가 안고 있는 모순을 해결할 히든카드이어야 하고 시민의 지혜를 총동원하는 상향식으로 만들어져야 바람직하다. 국민의 뜻을 모셔야 할 자리에까지 사사건건 전문가 의견을 빽빽 굵직하게 채워 넣는 것은 영혼 없는 공직자들의 유체이탈 행위로 시정조치를 필요로 한다 하겠다. 대구에서 살아가면서 느끼고 생각해낸 대선공약이 상선이고 약수다. 대선을 20여 일 앞두고 대구를 가장 기분 좋게 변화시킬 수 있는 한방 수가 되어줄 지역 대선공약을 꼭 집어 본다. 경쟁이 통하는 사회풍토를 조성하는 것을 제 1공약으로 자리매김 시켜야 대구가 산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1당 지배와 정치독점을 깨뜨리는 ‘독일식정당명부비례대표제’만한 저비용고효율의 정치쇄신 카드를 찾지 못했다. 어느 도시인들 사회문제가 없겠냐만, 많은 사람들은 대구가 안고 있는 고질병의 근본 원인을 일당지배 정치시스템에서 찾는데 동의한다. 이 지점, 바로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내려 다시 한 번 날아보자!

줄인 말로 ’독일식정당명부제’는 지역구 의석은 소선거구제로, 비례대표 의석은 정당투표로 선출하되 각 정당의 총 의석수를 ‘전국단위 정당투표 득표율’에 맞춰 배분하는 제도로, 전국 어디에서 투표를 하던 사표가 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지역대결 구도를 극복해줄 대안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또한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률을 왜곡시키지 않고 국민의 의사를 최대한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강점을 자랑하고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을 이롭게 해 다원다양성을 생명으로 하는 현대정치의 원리에 가장 부합하는 룰로 평가된다.

이에 비해 소선거구제(지역)에 비례대표제(전국구)를 가미한 한국의 선거제도는 ’지역주의 정당’과 ‘높은 비율의 사표’라는 부작용을 발생시키는 ’단순 다수대표제 소선거구제’로 정의할 수 있다. 소선거구제는 87년 6월 항쟁에 의해 쟁취된 민주화운동의 산물인데, ‘1등만 당선시키는 더러운 선거제도’로 전락해 버려 쇄신의 대상으로 내몰렸다. 소선거구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비례대표제 또한 ’빈익빈부익부’라는 극단적 배분방식으로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정치가 민폐 끼치지 않고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게 하려면 선거제도의 힐링이 필요해졌다. 대구는 87년 체제가 만들어낸 소선거구제도 이후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는 지금까지 줄곧 뒷걸음질 쳤다. 18세기 프랑스 삼부회의 만도 못한 대의제도를 가진 대구정치는 앙시앵레짐 상태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제도를 탓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야당이 단일화에 꼼수 부릴 때 대구는 다양화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소선거구제는 새누리당 예선전에서만 피 튀기는 경쟁을 하고 본선에서는 공천이 곧 당선이 되어버려 약골정치인만 양산하는 모순투성이로 낡고 병들었다.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로막는 선거제도를 폐기처분하고 독일식정당명부제를 도입하는데 대구가 앞장서서 대구스타일로 손보자. 실시되면 대구경북이 가장 큰 혜택을 볼 수 있는 정치혁신 방안이다.

쇄신에 좌우가 있을 수 없고 여야가 따로 놀아서도 안 된다. 만약 소선거구제도 유지에서 배타적 이득을 취하는 새누리당이 기득권의 일부를 포기하고 호남에도 의석을 가지는 전국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대승적인 각오로 임해준다면 두고두고 새누리당발 보수혁신 조치로 평가받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의 가능성은 자기희생적인 결단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세상은 이를 기념하여 대구스타일 독일식정당명부비례대표제라고 감격할 것이며 대구를 대한민국 정치개혁의 수도로 추앙하리라.

때마침 정동영 전 의원이 “국민의 민의를 가장 정확하고 반영하고, 고질적인 지역 구도를 해소할 수 있다”면서 새누리-민주당 양대 정당의 독식을 해소할 수 있는 정치개혁안으로 ‘독일식 소선거구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호남을 지역구로 성장한 정치인의 기득권 포기에 가까운 주장이라 의미심장했다. 양보가 새 정치다.

영남기득권을 가진 새누리당과 호남기득권을 가진 민주당에 양보와 미덕의 정치를 발휘해 망국적 지역대결 구도를 청산하고 상생의 새 정치마당을 창조할 것을 국민주권으로 촉구한다. “독일식정당명부제는 망국적 지역구도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대구를 위해 바칠 내 몸이니라.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마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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