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는 토론에서 빠져야
이정희는 토론에서 빠져야
  • 승인 2012.12.06 14: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대열 大記者
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12월 4일 기다리던 TV토론회가 열렸다. 후보자는 모두 7명이지만 그중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한 토론 규정에 따라 3명의 후보자만 토론에 나왔다. 나머지 후보들은 별도로 토론회를 마련한다.

그 규정이라는 게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직전 국회의원 총선에서 5명 이상의 당선자를 배출한 정당의 후보자이거나 3% 이상의 득표를 한 정당 후보자, 그리고 여론조사에서 5% 이상의 지지를 얻고 있는 후보자를 이른바 메이저 후보로 인정하는 방식이다. 강지원 후보는 무소속으로 1%대를 약간 상회하는 여론 지지율을 얻고 있어 마이너리그 후보군에 섞여 별도 토론회에 참석해야 할 형편이다. 그러나 그는 이를 거부한다. 이런 방식의 토론회는 헌법위반이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정당의 국회의원 숫자와 총선 투표율과 상관없이 대선 후보자가 15% 이상의 여론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메이저 토론에 참여시킨다.

한국과 미국의 토론 참여 자격 중 어느 나라 방식이 옳은 것인지 종잡기 힘들다. 정당정치를 지향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 득표율과 국회의원 숫자는 무시하기 힘든 기득권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벌어진 토론회를 보면서 한국에서 부여하는 토론 참여 자격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었다. 대선과 총선은 전혀 성격이 다르다. 총선은 지역별 인물평에 크게 의존한다. 정권의 향배와 상관없이 혈연, 학연, 지연 등이 크게 작용해 당선자가 나오거나 득표율이 올라간다. 따라서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국회의원 선거를 가지고 대선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자체 모순이다. 대통령 후보자를 총선과 결부시켜서는 안 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다. 그가 속한 정당은 가장 중요한 조직이지만 후보자 개인의 인기와 지지도가 당락을 좌우한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자의 이미지는 공약이나 정책에 훨씬 앞선 선거의 키포인트였던 점을 생각해보면 금세 납득이 되는 이야기다. 따라서 개인적인 선거운동이야 어떻게 하든 상관없지만 TV토론과 같은 중앙선관위 주관의 행사는 후보자 개인의 지지율을 자격요건으로 못 박을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15%이상의 지지율을 지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하겠다. 몇 차례에 걸친 여론조사를 선관위 주관으로 시행하고 평균 15% 이상을 얻은 후보자만 따로 토론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후보자가 많을 때에는 15% 이하만 모아서 별도의 토론회를 시행함으로써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 이것은 이번 토론회에 참여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 때문에 크게 부각되었다.

그가 속해 있는 통합진보당은 지난 총선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 13% 득표율에 13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현재의 토론규정에 따라 당연히 참여 자격이 주어졌다. 그러나 통진당은 선거 직후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서 부정투표가 있었다는 증거가 드러나 무려 400여 명이 무더기로 선거법 위반죄로 기소되었고 10여 명은 구속되었다. 이로 인한 계파 간 갈등으로 당은 두 갈레로 쪼개져 현재 6인의 국회의원으로 버티고 있다. 당의 이미지는 산산조각 났다. 그래도 대통령 후보자를 냈다. 이정희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 그는 강지원에도 밀린다. 필마단기로 뛰는 무소속 강지원은 1%대를 넘어섰지만 이정희는 0.6%를 오르내린다. 40%를 넘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새누리당 박근혜후보나 민주통합당 문재인후보에게는 신발을 벗고 쫓아가도 어림없는 지지율이다.

총선에서 약진했던 통진당이 이렇게 전락한 것은 전적으로 자업자득이다. 가뜩이나 종북 좌파로 몰려있는데다 부정투표로 비례대표를 뽑고, 대통령후보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국민의례를 하지 않는 등 국민의 대표로서는 용서받을 수 없는 만행을 저지른 죄과가 국민의 버림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TV토론에서 이를 지적하는 박근혜에게 “우리는 행사 때마다 국민의례를 한다.”고 뻔뻔하게 말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어이없다.

대선 후보의 TV토론은 전 국민적 관심사여서 30%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막대한 국민의 세금이 쓰이는 토론회다. 정책을 토론하고 공약을 점검하며 후보 상호간에 질의응답을 통해 약점을 캔다.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토론회는 후보의 자질과 뱃심 그리고 인격과 경륜을 적나라하게 선뵈는 자리다. 당연히 상대 후보의 인격을 존중하고 자신의 신념을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네거티브로 생각되는 공격은 공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

첫 번째 토론회여서인지 박근혜는 침착했지만 굳은 표정이었고, 문재인은 차분했지만 핵심을 벗어났으며, 이정희는 웃으면서 칼날을 뿜어내는 독설로 일관했다. 특히 “나는 박근혜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나왔다.”고 공언해 국민의 분노를 샀다. 그의 좌충우돌은 박근혜 낙선보다 당선에 더 기여했다는 시중의 평가를 눈여겨봐야 한다. 자신의 당선에 목적이 없고 상대후보 낙선에만 관심을 쏟는다면 그는 이미 후보자격이 없다. 토론 사회자가 주제 외의 난설(亂說)을 제지하지 않은 것은 미숙했다. 두 번 남은 토론은 새로운 사회자가 나와야하며 이정희는 스스로 빠지는 것이 국민에 대해서 그나마 예의를 지키는 일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