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투자와 전위적 상상력
사회적 투자와 전위적 상상력
  • 승인 2012.12.1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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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 철
계명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몇 년 전에 ‘사회적 해결 방식의 아름다움’이라는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당시는 ‘사회적’이라는 수식어가 매우 낯설 때였다. 그래서 사회적이라고 하는 말이 지니고 있는 의미가 매우 중요하고 또 아름답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 그러한 제목을 달고 글을 썼다.

이후 공교롭게도 우리 사회는 사회적이라는 말이 빠른 속도로 유통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사회적 기업이 가장 커다란 기여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 기업이 착한 기업으로서 이미지를 확보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사회적인 말이 착하다는 의미로 쉽게 전용되었다.

물론 착한 것이 반드시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흥부의 예가 그렇다. 흥부는 착하기는 했지만 사람들에게 놀림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사람들에게 흥부의 삶을 따라 살라고 하면 콧방귀를 뀌는 터다. 사회적 기업은 말하자면 흥부의 기업이다. 최근 들어 사람들이 흥부의 기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특히 젊은이들이 그렇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놀라운 반전이다.

사회적 기업이 그 전위적인 역할을 매우 잘 하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사회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익숙하게 되어가고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고 하는 편이 사실에 가깝다. 돈을 앞세워 행동을 하고는 ‘자본주의니까’ 어쩔 수 없지 않느냐라는 변명이 쉽게 수용되고 있다.

사회적 해결방식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중요한 문제 해결방식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의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여기에 요구되는 것이 사회적 투자이다. 사회적 투자는 사람들이 무리지어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익히는데 요구되는 투자이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는 이전에 함께 살아온 땅에 금을 긋고 소유를 표시하는 말뚝을 받는 인클로저 운동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사회적 투자는 인클로저 운동에 의해 그어진 땅의 금을 지우고 배타적 재산권을 표상하는 말뚝을 뽑는 일에 관계된다.

사회적 기업이 우리 사회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하는 것은 그것이 사회적 투자의 중요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업은 단순히 취약 계층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정부의 공공 사업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사회적 기업은 상호 호혜적인 원리에 입각하여 운영되는 기업이다. 사람들은 사회적 기업의 성공을 통해서 무한 경쟁에 의거한 시장 원리만이 유일한 사회의 작동방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것만으로 사회적 투자가 이루어졌다.

최근 서울시가 공유(共有) 도시를 선포하고 나선 것은 이런 점에서 매우 의미심장하다. 공유야 말로 사회적 문제 해결 방식의 첫걸음이다. 공유의 원리를 통해 무한 경쟁에 의해 피폐해진 사회적 상처를 치유하겠다는 시도는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흐름에 비추어볼 때 가히 혁명적인 발상이다. 공유의 원리를 이야기하는 것은 사회적 투자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상상력이다.

아, 그런데 이게 웬 말.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대구시는 내년 시정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대구 시장은 대기업 유치를 내걸고 있다는 뉴스가 뜬다.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수십 년 동안 한결같이 반복되고 있는 목표이다. 바깥세상의 변화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여전히 하늘 천 따지를 읊조리고 있는 고지식함이 마치 저러할까.

대기업 유치를 위해서 오히려 필요한 것은 젊은이들이 정주하여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일이다. 대기업은 젊은 인재가 있는 곳으로 옮겨 다닌다. 아름다운 사람이 살고 있어 누구든 그 일원이 되어 살고 싶어 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대구도 사회적 투자와 사회적 문제해결 방식에 대한 전위적인 상상력을 발휘할 때이다. 그래야 떠나는 청년이 돌아오고 그 다음에 대기업도 따라 들어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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