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꿈, 위험한 꿈
행복한 꿈, 위험한 꿈
  • 승인 2013.01.2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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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대구교육연구원 교육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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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에서 근무하다보면 자신의 꿈을 마침내 현실로 이루었고 또 남의 꿈도 실현시킬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을 가지고 있다고 외치는 강사들로부터 직접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자주 있다. 강사들은 오바마나 힐러리, 김연아나 박지성 같은 인물을 모델로 제시하면서 강의를 듣는 우리에게도 그들에 못지않은 잠재된 에너지가 있는데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하루하루의 삶을 그럭저럭 보내고 있다며 강하게 지적한다.

이런 류의 자기 계발을 촉구하는 강의를 듣다보면 새로운 삶의 활력과 의욕이 솟을 때도 있지만, 때로는 멀쩡하게 잘 살고 있는 나를 괜히 허황한 말로써 모자란다고 꾸지람을 하는 것 같아 조금 불쾌할 때도 있다.

이른 바 ‘자기 계발’ 바람은 강의 형식으로만 아니라 책으로도 출판되어 서점가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자기 계발 서적이 도서 분류 체계상에서 버젓이 한 항목으로 자리 잡은 지는 이미 오래되었고 이제는 도서 진열대 중에서도 가장 눈에 잘 띄는 입구 자리를 넓게 차지하고 있으면서 베스트셀러 10위권 내를 일곱여덟 권이 차지하기도 한다. 심지어 인문 예술 서적을 서술 방식을 바꾸어 자기 계발서로 분류하여 출간하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사실 자기 계발은 먼저 ‘자기 개념’을 찾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자기 개념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다른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와 같은 질문에 대하여 스스로 가지고 있는 답으로 형성한 자기 이미지를 말한다. 물론 이 답과 이미지는 명료한 언어로 진술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개의 경우는 자신의 축적된 행동과 경험 등의 합으로 자연스럽게 구축되기도 할 것이다. 이 자기 개념에는 실제적 유형과 이상적 유형, 그리고 당위적 유형이 있다고 한다.

실제적 유형의 자기 개념을 가진 사람은 자신이 현재 가지고 있는 속성과 역량에 대하여 신념과 애정을 가지고 있어서 자신의 가능성뿐만 아니라 한계까지도 정확히 들여다보고 그 자체를 인정하는 사람으로서 그 무엇보다 자신을 스스로 배려한다고 한다. 하지만, 말 그대로 무한경쟁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부단한 자기 계발 요구는 실제적 자기 개념을 가진 사람을 자칫 게으르거나 퇴영적인 사람으로 치부하기 쉽다.

이상적 유형의 자기 개념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실제를 넘는 성공을 지향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기를 누리고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에 자기 자신보다 남을 우선하여 배려하며 베풀 줄 알고 관대한 편이라고 한다. 그런데, 실제적 자신에 비해 과하게 이상적 자아를 추구하는 사람은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불만족에 빠지게 되고,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모델이 되는 사람을 만났을 때는 그를 본받으려 하기 보다는 오히려 수치심이나 당혹감을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당위적 유형의 자기 개념을 가진 사람은 말 그대로 마땅히 해야 할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사는 사람으로서 언제나 더욱 열심히 일해야 한다, 지속적인 훈련으로 자신을 단련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단다. 당위적 자기 개념에 시달리는 사람은 마땅히 해야 한다고 여기는 일을 하지 않고 있는 자신에 대하여 자기 경멸이나 죄책감을 가지게 되고, 그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존경과 흠모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로부터 두려움과 위협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학교에서는 교육의 이름으로 아이의 실제보다 이상과 당위를 요구하기가 쉽다. 이상적 인간형의 모델을 끊임없이 제시하고, 당위적인 교훈들을 일상으로 쏟아 놓는다. 물론 더 나은 학생으로, 더 훌륭한 인재로 가르치고 키우려는 노력이다. 그러나, 아이의 현재 가치와 행복은 유보된다.

집에서는 더 하다. 아이가 먼저 자신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사랑할 수 있어야 남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배울 수 있는데 아이는 ‘엄마 친구 아이’를 듣고 보는 시간은 많아지는데 정작 자신을 들여다 볼 시간은 없어진다. 경쟁은 언제나 상대를 의식하고 비교하는 데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꿈과 희망과 행복을 간절히 추구하며 산다. 그러나 이상과 당위의 자리에서 꿈을 요구하면 그 꿈이 아이를 상하게 할 수 있다. 이미 꿈으로 상처 입은 아이들이 심리 치료, 예술 치료, 놀이 치료, 온갖 치료를 받고 있다. 아이가 지금 여기에서 누릴 행복을 지켜주는 꿈을 갖게 하자. 그 행복을 차압하는 꿈이라면, 그 꿈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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