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간질 하는 혀는 칼보다 날카롭다
이간질 하는 혀는 칼보다 날카롭다
  • 승인 2013.01.2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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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성 논설위원
옛날 어느 시골 마을에 소치는 농부가 살았다. 어느 날 농부는 소들에게 풀을 먹이고 돌아오는 길에 새끼를 밴 암소 한 마리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이 암소는 주인을 잃고 숲을 헤매다가 암사자 한 마리를 만났다. 이상하게도 암놈들의 본능이 작용했는지, 이 두 짐승은 친구가 되었다. 그들은 한동안 숲속에서 우정을 다지며 함께 살게 되었다. 드디어 때가 되자 암소는 새끼를 낳았고, 마침 암사자 또한 새끼를 낳았다. 각각 한 마리씩 낳았다.

마침 숲속을 지나가던 한 사냥꾼이 이 광경을 우연하게 목격하게 되었다. 사자와 소의 관계는 숙명적인 적의 관계였다. 그런데 이 숲속에서는 어찌된 일인지 그 둘이 사이좋게 같이 잘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마침 사냥한 짐승을 왕에게 바치러 가는 길에 왕에게 자신이 본 이상한 광경을 말했다.

사냥꾼의 이야기를 들은 왕은 말했다. “정말 희한한 일이구나. 그러나 그 두 짐승사이에 또 다른 한 마리 짐승이 끼어들면 반드시 일이 벌어질 것이다. 너는 두 짐승을 잘 살펴보다가 그런 일이 벌어지면 나에게 알리거라.”

그날 이후 숲으로 돌아간 사냥꾼은 왕의 명령대로 암소와 암사자를 멀리서 그리고 조용하게 관찰했다. 그러던 어느 날 놀라운 장면을 목격한다. 이 두 짐승들 사이에 승냥이가 나타났다. 그리곤 어느 날 부터인가 암사자와 암소를 따라다니며 이 둘을 섬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모습을 며칠 동안 숨어서 확인한 사냥꾼은 왕에게 급히 달려가 이 사실을 알렸다.

그 사이 승냥이는 암소와 암사자 사이를 오가며 이간질을 시작했다. 첫 번째 단계가 시작되었다. 승냥이는 먼저 암사자에게 접근하여 귓속말로 속삭였다. “암소가 당신을 계속 욕하고 다닙니다” 그런 다음 암소에게 간다. 이것은 두 번째 단계이다. 승냥이는 암사자보다 암소가 더 친하다는 듯이 행동하면서 암소에게 슬며시 말한다. “암사자가 자주 당신을 흉보고 있습니다.”

마지막 단계는 기다리는 일이다. 승냥이의 이간질이 시작된 이후, 웬일인지, 암사자와 암소는 만나기만 하면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암사자와 암소 사이에 승냥이가 나타났다는 사냥꾼의 이야기를 들은 왕은 이렇게 말했다. “아, 얼마 있지 않아 암사자와 암소는 서로를 죽이게 되겠구나” 왕은 자신의 생각을 확인하기 위해 신하들과 사냥꾼을 이끌고 숲으로 들어갔다. 사냥꾼이 가르쳐준 장소에 이르자, 아니나 다를까, 승냥이가 암사자와 암소의 시체를 앞에 놓고 번갈아 가며 고기를 맛보고 있었다. “아, 이간질하는 혀는 칼보다도 날카롭구나.”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도 이간질의 대가였다. 마초와 한수가 이끄는 서량군을 당해내지 못한 조조는 정공법을 버리고 반간계(反間計), 즉 이간질 계략을 쓰기로 한다. 조조는 3단계 이간질을 시작한다. 우선 1단계로 한수와 마초의 사이에 불신을 심기 위해 진 앞에서 한수와 만나 군사 정황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지난 날 부친과 이야기 등을 다정하게 나누며 한 식경을 끈 다음, 다음에 만날 것을 약속하며 헤어진다.

다음 2단계로 조조는 한수에게 친필 서한을 보내는데, 중요하지도 않는 편지 내용 중 일부를 일부러 흐리게 쓰고, 먹으로 뭉개는 등 조작한다. 즉 한수와 조조 사이에 모종의 은밀한 약속이 있고, 이 사실을 마초가 알까봐 숨기고 있는 것처럼 지우고 고친다. 동시에 한수에게 편지를 보낸 사실을 마초에게 흘린다. 마초가 자신의 숙부인 한수에게 조조가 보낸 편지의 내용을 다그치자, 한수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그 편지를 마초에게 보여준다. 그러나 조조가 조작한 편지를 본 마초는 한수를 더욱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된다. 마초의 의심에 화가 난 한수는 다음 날 자신이 직접 조조를 치겠다고 말한다.

마지막 3단계, 마초가 몰래 지켜보는 가운데 조조는 조홍을 출진시켜 한수에 대응하게 한다. 조홍은 한수에게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장군께서는 어제 승상과 비밀리 의논하신 말씀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라고 말하고 진중으로 돌아와 버린다. 이 말을 들은 마초는 결정적으로 한수를 의심하게 된다. 결국 결백을 밝힐 기회조차 없이 궁지에 몰리게 된 한수는 부장들의 권유로 조조에게 항복하게 되고, 마초는 전쟁에 패해 도망가고 만다. 이간질 하는 혀는 칼보다 날카롭게 인간의 연약한 마음을 갈갈이 찢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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