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청 아카데미 후 인식 전환
윗대 노하우로 세대별 맞춤 전략
SNS활용 배달 서비스도 구상 중
“아지야, 어제 소고기 맛있더라.” “아들도 믿어보셔야 된다니까요. 이제 시대가 바꼈으요.”
대구 서문시장 한우전문점 팔미식육점에 지나가던 한 손님이 김민수(27) 사장에게 한마디 툭 던지자, 김 사장이 웃으며 답했다. 김 사장은 “저 손님은 2년 넘게 저한테 고기를 사가지 않으셨는데, 최근에 사가지고 가신다”며 “시장은 얼굴이 간판인데, 몇 십년동안 해오신 아버지가 계시니, 마음의 문을 여시지 않으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아버지 대(代)에서 아들로 세대 교체가 서서히 일어나는 데, 이런 상황도 시대의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김 사장은 지난 2015년부터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식육점 일을 시작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남 부럽지 않은 대기업에 취직했지만, 살얼음을 걷는 듯한 경쟁 사회에 헤쳐나갈 용기가 부족했다. 김 사장은 “사실 치열한 진급 위주의 사회 생활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며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받는 것도 가장으로서의 어려움을 알고 있었기에 고민이 더 많았지만, 지금은 행운이었다고 본다”고 회상했다.
팔미식육점은 현재 김 사장까지 3대째 운영 중이다. 김 사장은 지난 2015년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진행했던 ‘청년상인 및 가업승계 아카데미’에서 일본 연수를 다녀오고 ‘가업 승계’를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일본은 가업 승계에 대해 상당히 자부심과 열정이 있었다. 한 일본인은 잘 나가는 대기업에 다니다가 5대째 가업을 이어온 아버지가 병원 신세를 지자 당장 자신의 일을 그만 두고 가업을 이어 나갔다. 가업 승계를 한다는 것 자체에 보람을 느끼고 행복해하는 그 일본인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가업 승계가 번듯한 직장을 다니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받는다는 편견이 있는데, 이같은 인식을 저부터 바꾸보려 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도 처음부터 가업 승계가 좋지만은 않았다. 그는 “막상 처음에는 친구들을 만날 때 손과 머리, 얼굴에 소 기름 등 부산물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콤플렉스였다”며 “하지만 이 가업은 우리가 잘 먹고 잘 자랄 수 있었던 인생의 지표가 됐다. 이제는 돈 냄새라고 생각하고 떳떳하게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앞으로 가업의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대별 스타일을 접목하려 한다. 김 사장은 “할아버지·아버지 세대가 이끌어온 식육점을 젊은 우리 세대에 맞춰서 고객 연령층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SNS 등 온라인 인프라를 구축해 소포장 위주 배달 서비스 등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김지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