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귀로 듣고
흘려버린 무심한 칼날
심장으로 스며들어 수동이 된다
뛰지 못하는 가슴 한 켠
방망이로 두들겨 외쳐 보지만
공중 곡예처럼 위태한 불안
기름칠해도 돌지 않는 붉게 녹슨 쳇바퀴
한 움큼 던져 버리지도 못하는
날개 없이 추락하는 허구의 몸 짓
시간은 날카롭게
식상한 세월을 도려내고
어머니를 베고 무딘 여자를 베어 버리고
승승장구하여 젊음을 토하게 한다
사춘기 보다 무서운 독종
이해 불능의 가혹한 예술의 한 장면
사랑 받을 나이인데 아니 그래야 된다며
침이 마르도록 열변 토했던 잊어진 당신
거울 속으로 들어가니 당신 아닌 내가 보인다
◇정을숙 = 본 협회 재정기획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작가는 낙동강문학 창간호 동인으로 편집위원을 역임했다. 시집으로 ‘내 마음이 고장 났다’가 있다
<해설>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갱년기는 누구나 겪는 노화현상의 한 과정이다. 갱년기가 심하면 우울증을 동반하고 그로인하여 우리는 삶의 허무를 느끼기도 한다. 승승장구하던 젊음을 토해내고 거울 속에 비춰진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는 세월의 무상함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재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