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치던 황량한 산 능선
햇살이 포근하게 안기고
상처 난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 주며
싹을 틔운 어린 차 잎…
봄 봄을 부른다
대지는 얼었다가 녹았다가
섞바뀌는 계절
바람이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고
묵은 가지 겨드랑이 가렵더니
별처럼 돋아나는 초록 잎이
햇살에 반짝인다.
◇허남준= 경북영천生. 동국대불교학과졸업, 해동문학 신인상, 해동문인협회 부회장, 한국불교문인협회 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대외협력위원장, 한국문인협회 정책개발위원 및 시분과 회원,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시집으로 ‘샛별 품은 샛강소리’외 7권이 있다.
<해설> 잘 마른 찻잎을 다관에 넣고 솔솔 불을 달이며 어느새 새벽을 깨우는 찻소리가 졸졸 흐른다. 서두르거나 불의 세기를 잘못 조정하면 차 맛이 안 난다. 우려낸다는 말이다. 찻잎이 겨우내 꽁꽁 언 바람을 견뎌내고 새 잎을 피우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우려냈을까? 우린 얼마나 많은 시간을 우려내고 있는지? 지금.
-김부회(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