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사랑의 열매’에도 해충이
<대구논단>`사랑의 열매’에도 해충이
  • 승인 2010.11.0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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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몽 선 시조시인

1998년 사회복지공동모금법 제정에 따라 설립된 우리나라 유일의 법정 전문모금 기관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허위문서 작성에 의한 공금유용, 친인척 거래, 성금 분실 및 장부 조작, 영수증을 허위작성하고 유흥비에 법인카드 사용 등등 각종 비리, 부정행위가 있었음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애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확인되었다.

이 보도를 보고 들은 국민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 하나는 이런 전문모금 기관이 있었는지를 몰랐다는 놀라움이었다. 가두모금, 시군지회모금, 이웃돕기모금, 생방송모금, 언론창구모금, 기업체모금, 배분받은 복권수익금 등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하게 모은 성금들이 모두 이곳으로 모아지는 줄을 아는 국민이 몇이나 될까?

놀라움의 다른 하나는 이 사실을 아는 순간, 동시에 성금을 관리하는 이들의 배신행위가 국민들의 가슴을 무너지게 한 것이다. 정성 깃든 귀한 성금의 손길을 다루는 기관의 직원들은 천사는 아니어도 양심적이고 투명성 높은 사람들일 것이라는 기대를 한 순간에 무너뜨린 것이다. 물론 일부 직원의 짓이긴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늘이 생긴다.

나라마다 어렵게 사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인간은 누구나 잘 살기를 원하고 국가는 국민이 잘 살 수 있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그 틈틈이 뜻하지 않는 사고, 천재지변, 희귀병 등으로 목숨을 잃거나 장애를 입거나, 재산을 잃는 경우가 허다한 현대이다. 이들을 위해서 우리들은, 함께 살아가야 할 우리들은 십시일반으로 이웃돕기 성금을 낸다. 기업체에서는 엄청나게 큰돈을 내놓기도 한다.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이 참으로 아름다움을 새삼 느끼게 된다.

법정기관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외에도 대한적십자사에의 회비, 대한결핵협회의 크리스마스 씰 판매, 구세군의 자선냄비 그리고 각 임의단체의 이웃돕기 성금, 수재민 돕기 성금, 결식아동 돕기 성금 등등이 있고 요즘에는 국제적으로도 성금을 모으고 있다. 국제연합아동기금(유니세프) 성금, 아이티 지진피해 돕기 성금, 아프리카 난민구호 성금 등이 그것이다. 60여 년 전 전쟁으로 폐허가 된 우리나라는 잘 사는 나라들로부터 오는 성금(해외원조)으로 연명한 적도 있었음을 우리들은 기억해야 한다.

문제는 국민들이 그 많은 종류의 성금 모금처가 정확히 어딘지를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누가(단체) 중심이 되어 언제까지 모아서 어떤 기준으로 누구(단체)에게 얼마나 도움을 줬는지를 모르고 국민들은 성금을 내기만 하고 있다는 말이다. 여기에 비리와 부정이 끼어들게 되는 것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사랑의 열매’를 나눔의 상징으로 하고 있으며 공동모금을 통해 아동, 청소년, 장애인, 노인, 여성, 가족, 지역사회 등 도움이 필요한 곳을 지원하여 행복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전문모금 및 배분기관입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개개인이 서로 배려 하고 돕기는 하되 하나로 크게 모아 많은 곳으로 도움의 손길을 일관성 있게 줄 수 있는 통합된 기구로 지금까지 힘써 온 걸로 안다.

국민들은 자신이 낸 얼마 안 되는 성금이지만 그렇게 모여진 성금이 얼마나 되며 어떤 기준으로 누구에게 얼마큼의 도움을 줬는지 알고 싶어 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법 제24조(배분결과의 공고 등) ②항에는 “모금회는 제 ①항( 배분 끝난 후 3개월 이내 1개 이상의 일간 신문에 공고)의 규정에 의한 공고 외에 다양한 방법과 매체를 통하여 그 배분결과를 알려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다양 한 방법이나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그 결과를 듣거나 본 국민이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다.

공동모금회의 모금 수입을 보면 2007, 2008, 2009 3년간 약 8695억 5580만원으로 거의 1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국민들은 당연히 그 모금액의 배분기준과 배분결과가 궁금할 것이다. 이를 법대로 다양한 방법과 매체를 통하여 상세히 알려줌으로써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보람도 느끼게 하며 홍보효과도 함께 얻도록 해야 한다.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철석같은 신뢰에 뒤통수를 친 배신이 국민을 분노하게 하고 있다. 감독관청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복수의 공동모금기구 설립을 검토하고 시민감시기구를 설치하겠다고 한다. 수십 년 동안 무수한 성금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모아졌지만 거의 모두 그 결과는 감감 무소식이었다. 차제에 각 임의단체가 수도 없이 모으는 성금도 모금액과 배분기준, 배분결과를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사랑의 열매’나 그 밖의 성금에 해충이 꾀지 못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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