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사람이라면 부끄러움을 알아야
<대구논단>사람이라면 부끄러움을 알아야
  • 승인 2010.11.10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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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몽 선 시조시인

사람은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 한다. 그렇다면 지구상의 만물 중 사람이 스스로 영장이라 여기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원초적으로 만물 중에서 두 발로 서서 걷고 불을 사용할 줄 아는 것은 사람뿐이고 더 높은 차원으로 보면 언어사용, 사회생활 등은 사람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곤충, 어류, 조류 등에도 집단생활을 하는 종류가 있지만 사람의 사회생활과는 다르므로 군집생활이라 한다고 한다. 그 밖에도 사람은 도구를 사용한다, 예의를 안다 등의 특징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사람만이 부끄러움을 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역으로 말하면 대단히 미안한 말이 되지만 부끄러움을 모르면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 된다. 심하다면 좀 더 부드럽게 부끄러움을 모르면 사람답지 못하다고 할 수 있겠다. 무엇이 사람답고 무엇이 사람답지 못할까? 인간 사회는 모두가 다 같이 살기 좋게 사회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 약속, 규칙, 규약, 법률 등으로 개인의 무한자유 중 일부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해 두고 있다.

살아가면서 자기가 속한 사회의 유지발전을 위해 자기 자유 일부 통제를 잘 지키고 협조하는 사람을 통상 우리는 사람답다고 말한다. 반면 약속, 규칙, 규약, 법률 등을 아예 무시하거나 알아도 모른 체 하는 사람, 자주 어기는 사람, 그러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사람을 우리는 사람답지 못하다고 한다.

초등 4학년 아들과 어머니가 횡단보도 앞에 섰다. 신호등은 빨간불, 오고 가는 차는 없다. 좌우를 살펴보던 어머니가 아들의 팔을 잡아끌고 횡단보도에 들어섰다. 아들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빨간불이잖아요.” “야, 바쁘다. 차도 안 오는데 빨리 가면 되지.” 초등 4학년 학생은 결국 사람답지 못한(?) 어머니 때문에 양심에 죄를 짓고 말았다. 어느 중학교 교문 앞, 막 하교하는 학생들로 길이 비좁다.

한 학생이 주머니에서 과자를 꺼내더니 겉포장을 뜯어 예사롭게 길거리에 버리고 과자는 입으로 가져갔다. 이런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이 우리를 당혹하게 만든다. 승용차를 타고 가면서 창밖으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린다든지 종량제봉투를 아끼려고 검은 비닐봉지에 쓰레기를 넣어 몰래 갖다 버리는 등 사소할 것 같지만 이런 약속을 버젓이 어기는 사람들도 모두 사람답지 못하다.

좀 더 눈을 크게 떠 보자. 비자금을 조성해서 정관계에 로비를 했다는 혐의로 구속되어 가는 모 기업의 대표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그런 일 절대로 없다.” 하지만 얼마 있지 않아 재판이 열리고 선고 결과는 유죄였다. 그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었다. 공직자, 기업인 등 어떤 이도 묶여 들어가면서 “잘못했습니다. 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자기 잘못을 처음부터 시인하고 반성하는 표정을 짓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

이 모두 자기 양심을 속이고 법을 어긴 사람답지 못한 사람들이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정부의 새해 예산안을 심의 의결해야 하는 법정시한을 수년간 지키지 못한 걸로 알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건 입법기관이 스스로 만든 법을 밥 먹듯 어기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정말로 사람답지 못한 행위임을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자라나는 앞날의 주인인 유소아청소년들의 빛나는 까만 눈동자가 똑똑히 보고 있음을 두려워해야 한다.

부끄러운 일을 하고도 그것이 부끄러운 줄 모르는, 혹은 알아도 아예 모르는 척 하는 사람들은 왜 그럴까? 어릴 때부터의 교육이 잘못되었거나 가정이나 사회 지도층의 부끄러움에 무감각한 모습을 다반사로 보고 자랐기 때문일 것이다. `새마을 운동’처럼 `국민의식개혁 운동’이라도 벌여 우리 국민들의 예절, 공중도덕, 준법의식을 바르게 새기는 계기를 만들고 꾸준히 실천해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는 우리 사회가 되게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사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바로 사는 것이 중요한 문제다.’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뇌여 본다. 가족, 사회, 국가, 인류의 한 구성원으로서 내가 속한 사회에 해를 끼치며 사는 것이 바로 부끄러운 것이다.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으며 부끄럽지 않는,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기 위해 우리는 날마다 뒤돌아 반성하며 새로운 각오로 삶에 임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사람이라면 부끄러움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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