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해군과 공군의 잇따른 추락
<대구논단>해군과 공군의 잇따른 추락
  • 승인 2010.11.1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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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열 객원 大記者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군(軍)은 세고 민(民)은 약하다는 말은 들어본 일이 많지만 이것이 영 거꾸로 되었다. 넓은 바다에서 만난 해군 고속정과 어선이 충돌했을 때 누구나 어선이 박살났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해군함정은 전투를 전제로 만들어진 배이며 어선은 고기를 잡기 위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견고함에서 비교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는 말이 정석이다. 이것이 뒤집어졌을 때 모든 국민이 깜짝 놀랐다.

해군함정이 어선에 받혀 침몰되다니 어이없는 일 아닌가. 게다가 실종자들도 모두 해군 뿐 이다. 어선은 멀쩡하다. 지난 봄 천안함이 당했을 때도 해군의 기강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된 적이 있다. 함 내에 설치된 CCTV의 필름을 공개하느냐 마느냐로 한참 시끄럽게 했지만 아직도 전체적으로는 공개되지 않은 장면이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군사기밀을 내세워 군 당국이 우겨대면 어쩔 수 없다. 군사기밀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여서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운 시민운동도 통하지 않는다. 티격태격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이제는 화제의 중심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아직도 정부는 남북관계가 거론될 때면 반드시 금강산 총질 살해사건과 천안함 폭침문제를 내걸고 북측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윽박지르지만 김정일 일당은 못들은 척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유엔에서의 압박도 북한을 명시적으로 지칭하지 않고 있어 별무효과다.

이런 판에 우리는 G20이라는 거대한 국제회의의 주인공이 되었다. 군사 정치 경제 등 국가를 움직이는데 필요한 요소를 갖춘 20개 나라의 정상들이 서울에 집합한 것이다. 이틀 동안의 짧은 만남이지만 그들은 오랫동안 준비해온 많은 이슈를 내걸고 상대의 반응을 떠보고 새로운 약속을 하게 된다. 자국의 이익을 위한 일이라면 어떠한 일이라도 해낼 수 있다는 확고한 의지도 표명할 것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점은 중국화폐의 절상을 요구하는 미국의 요구가 집요하다는 점이다. 이에 대응하려는 중국은 이미 기조를 밝혀왔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큰 떡을 내놓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정상과 영부인의 단순한 방문이 아니기 때문에 세계의 모든 언론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형편이다. 무려 1700여 명의 기자가 서울에 몰려들었다. 여기에 비즈니스써밋이 사전에 열렸다. 경제와 정치의 정상들이 한꺼번에 모인 셈이다.

이들과 함께 온 모든 인원이 3만 명이다. 이들을 경호하고 영접하는 인원은 경찰만 10만 명이 넘는다. 경찰은 갑호비상을 발동시키고 24시간 비상경계를 편다. 이런 와중에 터진 것이 해군 고속정과 어선 충돌사건이다. 명색이 IT최대 강국이라고 자처해온 우리나라에서 모든 선박에 달려있는 레이더는 어디에 쓰려고 달고 다녔단 말인가. 군함을 들이 받은 어선에서는 고속정의 속도가 너무 빨라 레이더에 잡히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선보다 성능이 더 좋은 레이더를 장착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고속정에서는 느린 속도의 어선을 얼마든지 피해 갈 여유가 없었을까. 세계의 이목이 한국에 집중되어 있는 시점에 창피한 사건이 벌어져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는 꼴이 되었다. 바다에서 벌어진 참사에 잇따라 이번에는 하늘에서 일이 터졌다. 공군 정찰기가 이유도 모른 채 떨어진 것이다. 대낮에 추락한 곳은 전북임실군 운암면 소재 야산이다.

두 사람의 조종사 중에서 한 사람은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실종지역 인근에서 저고도 정찰훈련을 수행하던 중 불행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기종은 한국공군의 핵심 정보수집 시스템으로 그동안 원만한 활동을 해왔다. 평소에는 휴전선 부근지역을 비행하며 정보수집에 임해왔다. 미 공군에서 퇴역한 9대를 추가로 도입하여 현재 모두 27대를 운용하는 중이다. 이 정찰기는 RF-4C라고 하는데 RF-4B, RF-4E도 있다.

스페인, 서독, 이스라엘, 이란, 터키, 그리스,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모두 사용하고 있는 기종이다. 1962년도에 처음 제작되어 베트남전에서 혁혁한 전과를 거두는데 크게 이바지해서 명성을 날렸다. 73년까지 모두 499대가 제작되었는데 큰 레이더를 소형으로 바꾸면 여유 공간이 생기는 게 특성이다. 여기에 3대의 소형 카메라스테이션을 설치하면 저고도형 파노라마카메라, 플레밍카메라 등 각종 정찰 카메라를 조합해 설치할 수 있다.

재래식 광폭필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인화하여 정보를 분석하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이처럼 정교한 정찰기가 무슨 이유로 추락했는지 아직 진상은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하필이면 G20이 열리는 날짜를 넘기지 못하고 불행을 당했다는데 더 당황하게 된다. 외국에서 볼 때 한국공군과 해군은 육군과 더불어 막강한 화력과 실력을 갖추고 있는 선진군대로 알려져 있는데 체면에 큰 손상이 되었다.

이것이 군 기강과 관련된다면 우리는 강력한 정신훈련을 게을리 했다는 반증이 된다. 국가 안보문제에 대해서도 하나가 되지 못하고 정당의 이해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국가관도 문제다. 국론이 통일을 이루고 확고한 안보를 위해서 군 기강을 휘어잡는 야무진 모습을 국민은 보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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