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도로 위 유류 낭비를 줄이려면
<대구논단>도로 위 유류 낭비를 줄이려면
  • 승인 2010.11.2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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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몽 선 시조시인

우리나라는 석유자원이 없어 해마다 막대한 양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수입 정유된 유류의 상당 부분이 도로 위에서 낭비되고 있다. 등록 차량 대 수가 1700만을 넘고 있으니 그 중 가스차량 약 500만 대를 빼면 유류차량은 약 1200만 대, 이 중 하루에 1/3이 운행된다면 약 400만 대가 움직인다고 예상할 수 있다. 차량 한 대가 하루에 기름 50cc를 낭비한다.

고치면 200KL, 한 달 20일 운행이면 4000KL, 일 년이면 48000KL, 이것을 유류 평균 1L 가격 1500 원으로 계산하면 720억 원이나 된다. 운행차량 한 대의 하루 소주잔 한 잔 정도(약 50cc) 기름 낭비가 400만 대, 일 년이면 엄청난 돈 칠백여 억 원을 연기로 날려 보내게 되는 것이다. 많은 차량 운전자들의 의식이 조금만 바뀌고 교통시설을 조금만 면밀히 살펴 빠르게 개선해도 상당한 유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20년 전 미국에 갔을 때 보았던 광경이 떠오른다. 전세버스가 손님을 태우고 T자형 지선 도로에서 큰 도로로 진입 우회전하려고 멈춰 섰다. 머리 허연 노인 기사가 목을 쭉 빼고 왼쪽을 살피고 있었다. 6, 7초 기다리니 왼쪽에서 버스 한 대가 쏜살같이 지나갔다. 그제야 기사는 천천히 우회전하여 큰 도로에 진입했다. 그런 광경은 나에게 매우 신기하게 다가왔다. 안내원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이 차는 이미 정차한 상태인데 큰 도로를 주행하는 차가 이 차 진입으로 브레이크를 밟게 되면 그만큼 기름이 낭비되거든요.” 미국 운전자들의 이렇게 차량연료 낭비를 예측하고 국가전체의 이익을 배려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우리나라 운전자들의 의식과는 딴판임을 알았다. 먼저 가려고, 끼어들려고, 과속을 하다가 습관적으로 그것도 자주 브레이크 밟는 것을 보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대도시에는 출근, 퇴근 시간마다 상습 정체구간이 많다. 거의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교통 전쟁이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과 같이 꼬리 물기를 하지 않으면 쉽게 풀리게 되는데 모두가 조급하니 그게 안 되는 것이다. 거의 매일 이런 곳에서 낭비되는 기름도 만만치 않다. 교통경찰이 현장에 나가 지도하면 나을 것이지만 사정은 그렇지 않다.

역시 20년 전 미국 나이아가라 시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그리 크지 않은 한적한 도시 교포가 운영하는 호텔에 여장을 풀고 거리를 산책할 때였다. 왕복 2차선 도로에는 차들이 오가고 있었다. 횡단보도에 서서 푸른 신호가 오기를 기다렸다. 5분이 지나도 푸른 신호는 오지 않았다. 주변에는 사람도 없었다. 신호등이 있는 기둥에 눈이 갔다. 거기에 버튼이 보였다. ?push?라고 적혀 있었다. `아하! 이거였구나.’ 나는 그 버튼을 눌렀다.

2,3초 후 횡단보도 신호등은 푸르게 웃어 주었다. 여유 있게 도로를 건너고 뒤를 돌아보니 벌써 신호는 바뀌어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보행자 신호등 시설이 이미 미국에는 있었던 것이다. 20년이 지난 지금에야 더러 외곽 몇 곳에 선을 보이고 있다. 큰 도시 외곽에는 넓은 도로가 많다. 횡단보도도 많다. 하루 종일 있어도 몇 사람 지나가지 않는 횡단보도에 수많은 차들이 기름을 태우며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왜 우리나라는 이런 시설을 재빠르게 도입하지 못할까?

5,6년 전 중국 산동성 청도 시에 갔을 때 본 모습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만 해도 모든 시설들이 우리나라보다 낙후되어 있었다. 그런데 넓은 도로 차량 신호등은 그렇지 않았다. 푸른 신호가 오면서 동시에 시각이 나타났다. 30,29,28……2,1,0 빨간불이 왔다.

신기했다. 운전자들이 네거리에서 주행할까, 정지해야 할까를 결정하는데 시간적 여유를 주어 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있고 신호위반도 줄일 수 있는 참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 되었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그런 시설을 볼 수 없었다. 그 후 우리나라에도 시각 표시 신호등이 생겼지만 아직도 차량 신호등에는 보이지 않고 있다.

도로 위에서 연기로 사라지는 낭비 유류가 개인으로 봐서는 하루 소주잔 한 잔 정도이지만 수백만 대의 차량이 움직이는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엄청난 양이 된다. 운전자는 나라 전체를 생각하는 넓은 안목으로 유류 낭비 운전을 자제하고 국가나 지자체에서는 날로 발전하는 신기술로 차량소통이 원활하게 되는 교통시설과 신호체계를 신속하게 제공해야 아까운 상당량의 유류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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