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멋으로 읽는 세상] 커피 한 잔의 의미...세대별 문화 달라도 ‘커피 한 잔 = 소통하자’ 국룰
[맛과 멋으로 읽는 세상] 커피 한 잔의 의미...세대별 문화 달라도 ‘커피 한 잔 = 소통하자’ 국룰
  • 윤덕우
  • 승인 2023.04.1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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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가요 속 의미 다르지만
남녀노소 즐길거리 자리매김
커피, 세대통합 열쇠 될 수도
 
다시-커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커피. 커피는 친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곤 한다.

“저기요… 커피 한잔 하실래요?”

지금이야 아주 상투적인 작업 멘트(?)처럼 느껴지지만 과거 한때 낭만적인 ‘고백’ 멘트였다. 평소 맘에 드는 여성 주위를 기웃거리다가 어렵게 용기를 내서 ‘커피 한잔 하실래요’라고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시대에 비추어 보면, 유치하고, 어설프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커피 한잔 먹자는 말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했다는 무용담이 낯설지 않은 때가 있었다. 뜨거운 커피를 호호 불며 한 모금, 한 모금 먹을 때 마다 커피의 향과 맛이 만들어 내는 ‘고백’과 ‘설렘’의 순간들은 커피보다 더 진한 ‘로맨스’를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사람과 사람에 커피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커피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일상화되고 그 어떤 차나 음료도 커피를 대신할 수 없을 만큼 커피는 대체 불가의 지위를 얻었다. 골목골목마다 커피숍과 카페들이 즐비하고 밥은 굶어도 커피는 마셔야 된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커피부터 찾고, 정신 없는 출근길에서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반사이고, 중요한 업무나 협상 중에도 커피는 빠지지 않는다.

커피에 관한 인류의 ‘중독된 사랑(?)’은 단순히 오늘날의 일만은 아니다. 나폴레옹은 커피를 마셔야만 침대에서 일어났고, 하루에 40잔 이상 커피를 마셨던 프랑스의 철학자 볼테르, 하루에 50잔씩의 커피를 마셨던 프랑스 문학의 거장 발자크와 하루에 커피를 20~30잔 마셨다고 알려진 괴테 등 그들이 남긴 사상과 이론들은 커피에 의해 탄생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들은 커피와 ‘중독된 사랑(?)’을 했다. 커피 특유의 각성효과가 집중력을 상승하게 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기 때문이었을까? 커피는 지성인들의 사랑을 과분하게 받은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위대한 음악가들에게도 커피는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들의 창의와 감성을 발현시켜주는데 커피는 마치 동반자인 것처럼 느껴진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는 “모닝커피가 없으면, 나는 그저 말린 염소고기에 불과하다”는 말을 남겼을 정도로 커피 마니아였을 뿐만 아니라 ‘커피 칸타타(Coffee Cantata)’로 알려진 칸타타 BWV 211을 작곡했다. 그리고 소문난 커피애호가로 알려진 슈베르트는 그의 가곡 ‘죽음과 소녀’를 커피를 분쇄하면서 나는 향을 음미하다가 갑자기 악상이 떠올라 썼다고 한다. 이 외에도 모닝커피용 원두 60알을 손수 골라낸 뒤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먹은 후 작곡을 했다고 하는 베토벤이나 자신이 마실 커피는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직접 추출해 마신 브람스 등 많은 음악가들이 영감을 얻는데 커피가 함께 했던 것 같다.

이처럼 커피는 지성인들과 예술가들이 밤을 새워 창작의 혼을 불태우게 한 촉매제였고 현실을 바로 보게 하는 각성제였으며 때로는 각 시대의 문화와 절묘하게 결합되는 마법을 부리기도 하였다. 그래서일까? 커피와 어울리는 키워드는 꽤 많다. 커피와 담배, 커피와 여행, 커피와 고독, 커피와 추억... 이는 그 만큼 커피가 우리 삶 속에서 깊숙이 자리잡았다고 볼 수 있다. 그 중에서 커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최강 조합은 아마도 대중가요일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대중가요 중 커피와 관련된 노래들은 절묘하게 그 시대와 정서를 반영하는 느낌을 준다.

 

1968년 펄시스터즈 ‘커피 한 잔’
월남 파병 청년에 ‘한 줄기 빛’
다방커피 생겨나며 붐 일으켜

먼저, 1968년 빅히트곡인 펄시스터즈의 <커피 한 잔>이다. 이 노래가 히트친 해는 베트남 전쟁이 한창일 때이다. 월남 파병으로 우울했던 청년들에게 화려한 외모에 가창력까지 겸비한 ‘펄시스터즈(배인순, 배인숙 자매)’의 등장은 골치 아픈 현실을 잊게 해 주었을 것이다. 펄시스터즈의 섹시한 이미지와 폭발적인 보컬로 돋보인 <커피 한 잔>은 작곡가인 신중현을 한국 록(Rock)의 대부로 만드는 출발점이 되게 했고 그 당시 다방으로 대표되는 커피산업을 흥하게 만들었다.
 

2001년 브라운 아이즈 ‘위드 커피’
남녀 사랑 이야기 커피에 비유
스타벅스 통해 소비문화 확산

두 번째로, 2001년 ‘브라운 아이즈(Brown Eyes)’의 ‘위드 커피(With Coffee...)’이다. 1999년 스타벅스의 한국 상륙은 자판기나 다방 커피에 익숙했던 소비자들에게 진한 커피맛과 부담스런 가격 때문에 거부감을 주기도 했지만, 스타벅스의 고급스런 이미지와 세련된 인테리어 등은 커피가 하나의 문화소비로 자리잡게 하는데 일조했다. 그 당시 맛보다 향을,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는 즐긴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시대에 나온 노래가 ‘브라운 아이즈(Brown Eyes)’의 ‘위드 커피(With Coffee...)’이다. 이 노래가 수록된 브라운 아이즈의 데뷔앨범은 2000년대 최고의 R&B 앨범 중 하나가 되어 그 시대의 감성을 자극하고 ‘R&B’ 발라드 선율이 만들어 낸 커피와 사랑 이야기는 ‘커피는 사랑’이라는 공식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었다.

커커피벨트 지도
대구 모 커피전문점에 있는 커피벨트 지도이다. 커피벨트는 커피재배에 적당한 기후와 토양을 가진 지역으로 북회귀선과 남회귀선 사이에 존재한다.
 

2010년 10㎝ ‘아메리카노’
가사 ‘돈 없을 때…후식으로’
당시 88만원 세대 현실 반영

세 번째로, 2010년 ‘십센치(10cm)’의 노래 <아메리카노>이다. 지금도 많은 여론 조사해서 커피하면 떠오르는 노래를 꼽으면 1위로 선정되는 노래이다. 반복되는 가사와 매력적인 보컬이 절묘하게 어울려져 중독성이 커피만큼 강한 노래이다. 특히 노래의 가사 중 “사글세 내고 돈 없을 때 밥 대신에 짜장면 먹고 후식으로 아메리카노 좋아 좋아 좋아”라고 외치는 부분은 2010년 전후로 취업난과 비정규직 공포에 시달리던 그 당시 20대였던 ‘88만원 세대’의 감성과 현실을 알게 해준다. ‘아메리카노 좋아’라고 외치던 그들은 지금 30~40대 초반이 되었다. 출근길이나 점심시간에 한 손엔 ‘아메리카노’를 들고 다니는 그들의 아메리카노에 대한 사랑은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듯 하다.

마지막으로, 2001년에 나온 혼성 그룹 ‘샵’의 <내 입술... 따뜻한 커피처럼>이라는 노래이다.

2001년 발표 당시, 당대 최고 감성 시인 원태연과 인기 작곡가 박근태의 조합으로 만든 노래로 많은 이슈와 인기를 끌었다. 이 노래가 나온 지 20년이 지난 요즘에도 유튜브에서 ‘역주행’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내 입술... 따뜻한 커피처럼>은 2010년대 중후반부터 불었던 ‘복고 열풍’과 에디킴(Eddy Kim), 청하&Colde(콜드) 등 요즘 세대 가수들이 이 노래를 ‘리메이크’한 점과 무관치 않다. 경주마처럼 달려온 삶에 대한 미안함일까? 노스탤지어(Nostalgia)적 욕구의 발현이었을까? 아니면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아름다운 추억과 따뜻한 커피 한 잔이 필요해서일까? ‘복고 열풍’과 ‘리메이크’가 만든 <내 입술... 따뜻한 커피처럼>의 ‘역주행 인기’가 단순히 우연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이처럼 커피를 노래한 그 당시 대중가요가 남긴 의미와 흔적들은 시대마다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커피 한잔으로 낭만을 즐겼던 ‘다방 커피 세대’, 커피 한잔 즐길 수 없이 바쁘게 살았던 ‘믹스커피와 자판기 커피 세대’, 인생이 쓰기에 커피만큼은 달콤한 커피를 즐기고 싶었던 ‘커피라떼 세대’, 하고 싶은 건 하는 ‘마이웨이(my way)’ 성향의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메리카노)와 뜨죽따(뜨거워 죽어도 따뜻한 커피) 세대’들이 공존하는 오늘날, 커피 한잔이 주는 의미가 다르게 해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의미에서 커피 한잔에는 ‘코호트 효과’(cohort effect)가 분명하게 나타난다. 코호트 효과란 ‘동시대 출생 집단 효과’로서 특정한 경험을 공유해 연대를 느끼고 비슷한 가치관이나 행동양식을 갖게 되는 것을 말하는데 커피 하면 떠오르는 의미와 노래가 세대별로 달리 나타나는 것을 충분히 설명해 준다. 어느 시대건 세대 차이와 세대 갈등이 문제가 되고 세대별로 함께 모이는 것도 조차 쉽지 않다. 그러나 커피 전문점에 가득한 사람들은 베이비붐 세대, X세대, MZ세대 등의 이름으로 달리 불리고 있지만 같은 공간에서 같은 커피를 마시고 있다. 어쩌면 커피 한 잔이 주는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된다면 세대 차이를 줄이고 세대 통합의 열쇠를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런 의미에서 영화배우 ‘존 쿠삭’이 말한 것으로 알려진 말은 꽤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이 말을 끝으로 글을 마칠까 한다.

“나는 사람들에게 나와 커피를 마시도록 계속 강요한다. 컴퓨터나 핸드폰이 아닌 사람 간의 교감으로 우정이 지속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상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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