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멋으로 읽는 세상] 성장기 경험…그 입맛 국정 철학·정부 운영에 녹아들다
[맛과 멋으로 읽는 세상] 성장기 경험…그 입맛 국정 철학·정부 운영에 녹아들다
  • 윤덕우
  • 승인 2023.05.1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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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입맛’
막중한 책임·중압감 가진 대통령
스트레스 해소 위한 음식은?
클린턴·트럼프, 패스트푸드 애호
바이든은 초콜릿칩·아이스크림
이승만, 어머니의 손맛 그리워해
윤보선, 어릴 때 먹던 ‘잡곡밥’
박정희, 보리밥 비빔밥 즐겨
나라 뺏긴 굴욕감·식민지 설움
조국의 현실이 국가적 사명 부여
박정희전대통령
박정희 전 대통령이 농민과 막걸리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막걸리 애호가였던 박정희 대통령은 유독 막걸리를 사랑했다.

정치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던질 때마다 들을 수 있는 답은 가지각색이다. 많은 강학상의 정의와 현실 정치가 묻어나는 그 어떤 말로도 정치를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 정치 영역의 특수성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치란 그 권력을 준 주권자들의 삶을 영위하게 하는 동시에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사회질서 확립 및 국가 안보 수호를 목적으로 하는 활동임은 틀림없다.

정치를 어떻게 하면 잘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정치가 탄생한 그 순간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군주정, 귀족정, 민주정 등 수많은 정치체제를 거치며 결함을 발견하면 고치고 때로는 보수와 진보라는 이름을 번갈아 써가며 만들어진 것이 오늘날의 정치체제일 것이다. 큰 틀에서 보면 오늘날 민주주의 정치제도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가 중심을 이루고 있는데 OECD 가입국(38개국) 중에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국가가 3분의 2를 넘을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으며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한국을 포함하여 6~7개 국가 정도다.

대통령 중심제는 국가권력의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위해 엄격한 권력 분립론에 기초하며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정치적 실권을 쥐고 정부를 운영하는 형태를 말하는데 임기 동안 효율적·안정적 정국 운영이 가능하지만, 권력이 집중되어 독재화의 우려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만큼 대통령 중심제는 권한과 책임이 집중되어 국정의 무한책임자라는 ‘멍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처지이기에 대통령은 힘들고 고독한 자리라는 얘기가 나오곤 한다.

사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대통령 중심제의 구조상 권력의 집중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여소야대의 정치지형이나 여당 내 권력 기반이 미약한 대통령일 경우, 대통령은 권력다툼의 한 가운데 놓여 “대통령 못 해 먹겠다”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샌드위치’ 같은 처지에 놓이기도 한다. 또, 광범위한 분야에서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를 국가적 현안이라는 이유로 즉각적인 답을 내놓아야 하고, 국가적 재난이나 재해 등의 총체적 책임자로서 그 의무도 막중하기에 그 중압감은 엄청나다.

그러나 여론은 기다려주지 않으며 즉흥적이고 변덕이 죽 끓듯 한다. 또, 국가 전체의 이익보다는 집단이나 지역의 이익에 따라 민심의 방향이 갈지(之) 자 행보를 보일 때 대통령은 국정 철학이나 소신보다는 지지율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마주치게 되고, 포퓰리즘에는 즉각 반응하는 민심과 보편적 정의의 실천에는 둔감한 여론 사이에서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참 고독한 자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쩌면 최고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눈치와 지지율을 먹고 사는 처지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화려하게만 보이는 천형(天刑)과 같은 자리일 수도 있다.

이처럼 막중한 책임과 중압감을 가진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거쳐 간 사람들은 어떻게 정신건강을 유지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했는지 궁금해진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많은 조사를 보면, 정신건강이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무엇을 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라는 응답이 대부분 1위를 차지하는데 대통령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들이 무슨 음식을 좋아하고 어떤 음식을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는지 자못 궁금해진다.

이런 점에서 대표적인 대통령 중심제 국가인 미국의 대통령들은 어떤 음식을 좋아했을까?

먼저, 빌 클린턴이다. 아칸소의 시골뜨기 출신인 클린턴은 어린 시절 알코올 중독의 계부 밑에서 이복동생들과 함께 흑인 빈민구역에서 성장하였고 범죄와 폭력이 들끓는 환경 속에서 학창시절을 보내서인지 그가 가장 즐겼던 먹었던 음식들은 길거리 패스트푸드였다. 대통령이 되어서도 그의 입맛은 변하지 않았는데 보좌관에게 자주 길거리 햄버거와 감자칩을 사오게 해 즐겨 먹었으며 그 당시 백악관 수석 셰프는 백악관 음식에 미국 패스트푸드에 많이 사용되는 냉동식 재료와 토마토케첩을 사용하는 것에 반대하다가 클린턴에게 해고당했다는 일화들은 클린턴이 길거리 패스트푸드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가늠케 한다.
 

도널드트럼프미국대통령1
대통령 전용기에서 유명 패스트푸드를 먹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그는 재직 시절에도 감자튀김 등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패스트푸드에 대한 진심하면 도널드 트럼프도 결코 빠질 수 없는데 햄버거, 감자칩, 프라이드 치킨, 콜라 등 매일 5000칼로리 이상을 먹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트럼프는 여덟 살 애처럼 먹고 있다.”는 트럼프의 한 측근의 멘트는 결코 과장이 된 것이 아닌 듯 하다. 또, 현 미국 대통령인 바이든도 초콜릿칩과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고, 회의 중에는 땅콩잼 샌드위치를 찾는다고 하니 “바이든의 입맛은 다섯 살짜리”라고 말한 참모의 발언은 그의 입맛을 충분히 짐작케 한다.
 

조바이든미국대통령
지난해 클리블랜드 방문 도중 모 아이스크림 판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미국 언론들은 이 모습을 보고 5살 입맛의 바이든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출처 - 네이버 이미지

빌 클린턴, 트럼프, 바이든 모두가 소위 ‘초딩 입맛’이라고 불릴 정도로 어린 시절 좋아하던 음식을 즐겨 먹는 듯하다. 사실 유아기의 입맛이 평생을 간다는 사례는 매우 많은데 단지 음식뿐 이겠는가? 좋아하는 음악, 패션 스타일, 문화적 취향 등 어린 시절 입력된 경험과 기호는 기본적인 가치관이나 세상을 보는 관점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런 것들이 국정 철학에 반영하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미국처럼 대통령 중심제 국가인 우리나라의 초기 대통령들은 어떤 음식을 좋아했을까?

먼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다. 오랜 미국 생활 때문인지 서양식을 즐겼지만 어머니의 손맛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그래서 영부인 프란체스카는 남편이 좋아하는 한국의 전통음식을 배워서 다양한 한식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승만 대통령이 고령인 데다 당시엔 주치의도 없는 시절이라서 프란체스카 여사는 한 끼도 빼놓지 않고 모든 음식을 먼저 먹어본 후에 대통령이 먹도록 했다고 한다. 파란 눈의 영부인 프란체스카의 지극스런 정성이 담긴 ‘집밥’은 이승만 대통령이 그리워한 어머니의 손맛을 채워주었는지 궁금해진다.

4.19후 정권을 잡은 윤보선 대통령은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이었지만 어려서부터 먹은 습관 때문에 잡곡밥을 먹었다고 한다. 부귀한 자손임에도 불구하고 역대 대통령 중에 검소한 생활을 대통령으로 윤보선 대통령이 손꼽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이러한 식습관이 반영된 것 같다. 그리고 어린 시절 가난하게 살았던 박정희 대통령은 배고프게 살았던 것이 습관화되어서인지 시래기나물 무침과 된장국을 일년 내내 즐겼고 비름나물과 보리밥으로 만든 비빔밥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특히 배고픈 시절 우리 민족의 요기가 되고 마음마저 넉넉하게 해준 막걸리를 박정희 대통령이 즐긴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건국과 산업화의 기반을 잡은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세 명의 대통령의 입맛은 어린 시절과 성장기의 경험이 반영된 듯하다. 그리고 그 입맛은 국정 철학이나 정부 운영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나라를 빼앗겨 봤던 굴욕감, 식민지 시절이 주었던 설움, 동족상잔의 아픔, 그리고 늘 배가 고팠던 조국의 현실 등은 그들에게 분명한 국가적 사명을 부여했을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통령제를 선호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하겠지만 조선 개국 이후 중앙집권적 군주제의 오랜 역사와 외침과 분단이 만들었던 혼란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견해에 수긍이 간다. 그만큼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한반도를 둘러싼 4대 강국 간의 날선 신경전과 남북 대치에 따른 상시 긴장감, 그리고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물론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평가는 정치적 지지 성향에 따라 다르고 대체로 그리 후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미국 대통령들이 ‘패스트푸드(fast food)’를 좋아하는 것은 영국으로부터 독립 후 광대한 미국 대륙을 빠르게 개척하고 약 200년만에 세계 최강국 ‘팍스아메리카’로 발돋움한 미국의 역사와 무척이나 닮은 듯 하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였던 대한민국의 초기 대통령들의 ‘입맛’이 소박하고 검소했던 것은 풍전등화의 조국 앞에서의 책임감이었겠지만 ‘등 따시고 배부른 국민’들이 사는 대한민국이 반드시 오리라는 소망이 담겨져 있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향후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어떤 ‘입맛’을 가진 사람들이 대통령이 될지 궁금해진다.
 

 
이상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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