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지역학과 로컬 크리에이터
[수요칼럼] 지역학과 로컬 크리에이터
  • 승인 2023.05.23 21: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노광 대구경북소비자연맹정책실장·경제학 박사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의 공통된 고민은 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 소멸이다. 인구 감소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저출산도 있지만 수도권으로 인구 유출로 보고 있다. 특히 지역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층의 유출은 심각하다. 지역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양질의 일자리와 교육이다. 이처럼 수도권 쏠림 현상과 지역 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지역균형 발전을 외쳐왔지만, 오히려 심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선거 때 마다 표를 의식한 정책 공약은 선거가 끝나면 소수 인사들의 가슴과 포럼 공간에 포획된 체 세상 밖으로 나오자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렇다고 지역이 안고 있는 현안들을 뒷짐진 체 수수방관만 해온 것은 아닐 것이다. 지역 현안 문제들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더욱 아니다. 그동안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정보 공유 및 네트워킹이 제한되어 있어 각 기관마다 전문 특화된 정책이라고 제시하지만 행정 서비스를 소비하는 입장에서 보면 특색이 없어 보이며, 정책의 효율성이 낮은 것도 한 원인이다. 또한 지방을 보는 중앙의 인식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다양한 노력에 비해 가시적인 성과가 낮게 보이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흔히들 미래 사회의 핵심은 창의적인 인재라고 한다. 창의성은 교육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창의적인 인재 육성은 매우 어렵다. 그렇다면 창의적인 인재를 어떻게 육성할 수 있을까? 누구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마음껏 내 놓을 수 있는 교육 환경과 사회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며, 창의적인 인재가 제시한 아이디어를 사회적인 가치로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느끼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측면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 청년들을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삶의 터전인 지역성이 중요하며, 창의성에 지역을 가미한 로컬 크리에이터가 부각되고 있다.

로컬 크리에이터라는 용어는 지역(Local)과 크리에이터(Creator)라는 두 단어의 합성어로 구성된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지역의 다양한 자원과 문화를 활용하여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지역의 가치 있는 로컬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업가 혹은 창업가를 의미한다. 따라서 로컬 크리에이터는 지역사회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해결하고자 사회적·문화적 가치를 창출한다. 주된 활동 영역이 되는 해당 지역의 정체성을 상품화한다는 측면에서 지역성은 로컬 크리에이터에게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이다. 이처럼 로컬 크리에이터는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기반으로 여러 기술을 접목하여 결국 지역에 도움이 되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창의적인 상품을 생산하게 된다.

이러한 지역(로컬)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강조해온 지역대학 교수들은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역학을 강의해왔다. 2019년부터 대구시의 재정지원을 받아 대구경북지역학의 이해를 교양과목으로 채택하여 같은 해 3월부터 지역의 경북대와 계명대를 시작으로 강의를 했다. 같은 해 9월부터는 영남대와 대구대 등 4개 대학으로 확대되었다. 현재 10개 대학에서 강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2023년부터는 경상북도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학 강의는 지역 정체성, 역사와 인물, 교육, 지리 및 공간, 교육, 정치, 경제와 산업, 사회복지, 문화예술, 미래청년 등을 주제로 각 전공의 교수들이 릴레이식으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목의 특징은 지역사회의 특성을 잘 알 수 있는 현장 탐방이다. 지난 20일 로컬 크리에이터를 주제로 진행된 지역 탐방은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하였다. 토요일에도 불구하고 청년창업본부 전태원 본부장 이하 각 팀장이 출근하여 지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로컬 크리에이터와 창업지원사업 등을 세심하게 소개해 주었다. 또한 고이병철 회장의 삼성상회, 전통무형문화전수관 등을 방문하여 기업가 정신과 지역의 전통 문화를 소개받음으로써 지역소멸의 위기가 거론되는 시점에 대학생들에게 지역학의 의의와 로컬 크리에이터로서의 청년의 역할을 생각하게 되었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지역이라는 공간에서 지역의 자원과 문화를 기반으로 하여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가치를 창조하므로 거점공간으로서 인문학적 시각을 견지하는 창조적 장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지역을 상품화하여 경제적 성공에 초점을 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적 효용에 대한 인식을 전제할 때 우리 지역은 지역 대학생들에게 로컬 크리에이터로서의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