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소싸움
[좋은 시를 찾아서] 소싸움
  • 승인 2023.06.06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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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동 시인

자 봐라!

수놈이면 뭐니 뭐니 해도 힘인기라

돈이니 명예니 해도 힘이 제일인기라

허벅지에 불끈거리는 힘 좀 봐라

뿔따구에 확 치솟는 수놈의 힘 좀 봐라

소싸움은 잔머리 대결이 아니라

오래 되새김질한 질긴 힘인기라

봐라, 저 싸움에 도취되어 출렁이는 파도를!

저 싸움 어디에 비겁함이 묻었느냐

저 싸움 어디에 학연지연이 있느냐

뿔따구가 확 치솟을 땐

나도 불의와 한 판 붙고 싶다

◇황인동= ‘대구문학’ 신인상 수상, 한국시협 대구시협회원. 대구문협 수석부회장. 경북공무원문학회 회장 역임. 2018 대구예술대상. 시집 ‘뻔한 일’.

<해설> 어느 평론가의 말을 빌리면 “한국의 시는 여성화되었다”라는 지적이 문득 생각난다. 한국의 남성 시인들의 쏟아내는 많은 시들이 섬세하고 수동적 내면 심리에 연연하는가 하면 징징거리는 반성의 어투를 추종하는 데 비해 황인동 시인의 시는 중심소재로 싸움하는 소를 선택하고 있으면서 시어 또한 활달하다. 남성의 목소리가 주는 역동적인 단문의 문장들은 마치 소싸움 현장에서 생생한 체험으로 얻어진 어떤 감정의 분출로 보인다. 황소가 암시하는 힘이 그러하고 학연·지연으로 모순된 현재 우리 사회의 여러 비겁함을 향해 쏘아대는 저 콧김의 힘이 불끈하게 느껴진다. 새로운 서정의 한 맥으로 이어가야 할, 요즘 보기 드문 시원한 일갈의 시이다.

-박윤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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