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폭염 경보
[좋은 시를 찾아서] 폭염 경보
  • 승인 2023.06.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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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영 시인

안에서 밖에서 열기가 수런거린다

물고기처럼 숨 쉰다, 나무도 데인 듯 땀 흘리고 그 위에서 울어 재끼는 매미, 매미는 지극히 울지만 허물만 남기고 달아난 영혼 찾아 문을 연다 통증도 없는데 움직일 수 없다 촘촘히 안개처럼 깔린 열기에 밀려 밖으로 못 나간다 땡볕을 차단하려 커튼을 드리운다 문 안에서 그동안 본 풍경을 되새김질한다 서서히 식어가겠지 서서히 다가가려 했지 내 맘이 네게로 가서 별이 되고 꽃이 되길 기다렸지 나의 말이 네게 부딪혀 되돌아올 때 끓어오르지 않고선 별과 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지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공기도 끓어오른다

어딘가 숨죽이고 있을 먹구름을 불러본다

◇문수영= 1957년 경북 김천 출생, 2003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시 등단, 2005년 ‘중앙신인문학상’ 시조 당선, 200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 수혜, 시조집 ‘화음’, ‘뭍으로 눕는 길’ 외.

<해설> 운문과 산문의 형식으로 완성한 한 편의 시 「폭염 경보」는 밖에서 안으로가 아닌 안에서 밖으로의 열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국 산문으로 이루어진 2연은 시인 자신의 내면 심리의 상황일 것이다. 안으로 바글바글 끓고 있는 부화 같은 것이 아닐까. 왜 부화가 생겨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종의 불안의 어떤 모습일 수도 있는, “땡볕을 차단하려 커튼을 드리운다 문 안에서 그동안 본 풍경을 되새김질한다 서서히 식어가겠지 서서히 다가가려 했지 내 맘이 네게로 가서 별이 되고 꽃이 되길 기다렸지”라는 막연한 기다림의 시간에 꽁꽁 붙들어 맨 자신의 안쪽을 산문으로 그려놓고 있다. 그러나 시인은 어딘가 숨죽이고 있는 먹구름을 불러보는 것은 아마도 비를 불러 자신을 식히고 싶었나 보다. 애절하게도….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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