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신혼부부에게 보내는 몇 가지 훈수
[수요칼럼] 신혼부부에게 보내는 몇 가지 훈수
  • 승인 2023.06.2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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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구경북소비자연맹정책실장·경제학 박사

영국의 경제학자 멜서스는 <인구론>을 통해 훗날 식량이 부족해 사회가 극도로 혼란에 빠질 것을 예측하면서 인구 증가를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토지에 의존해 생산활동을 하는 농경사회에서 인구가 증가하게 되면 그 인구를 먹여 살릴 식량의 생산량도 증가해야 하는데, 이때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식량은 산술급수적인 증가로 인해 늘 식량 부족으로 인해 인류는 기아로 고통을 받는다고 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멜더스의 인구론과는 정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출산률의 급속한 하락으로 인구절벽을 맞게 되면서 지역소멸을 걱정하고 있다. 인구 증가를 위해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한번 줄어든 인구를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출산율이 감소한 원인이 무엇일까? 청년들의 생각과 동떨어진 결혼제도가 원인일 수 있고, 결혼·출산·육아를 위해 포기해야 하는 개인의 기회비용이 매우 크기 때문일 수도 있다. 

청년들이 갖고 있는 결혼제도와 관련해서는 2002년에 이만교 원작의 동명소설로 영화한 <결혼은, 미친 짓이다>가 잘 반영하고 있다. 유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에서 결혼제도에 대한 혐오증에 가까운 적대감을 갖고 있는 대학강사 역을 감우성 씨가 맡았고, '연애와 결혼은 별개'라는 원칙의 소유자 연희 역은 엄정화 씨가 맡아 열연하여 110만명의 관객을 동원함으로써 당시에는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다. 

과연 결혼은 미친 짓일까? 또한 결혼을 경제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과연 옳은 분석일까? 가족제도라는 전통도 변할 수가 있다. 또한 서로 다른 사람이 한 가정을 마련하고, 자녀를 낳아 살아가면서 얻는 심리적 안정과 기쁨이 경제적으로 계산할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결혼식이 끝난 후 꿈같은 신혼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와 아내로서 혹은 남편으로서 현실을 맞게 되는 신혼부부에게 몇 가지 필자의 생각을 펼쳐본다. 

신혼부부가 맞는 현실은 아름답고 즐거움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힘들고 어려울 때가 더 많을 수 있다. 부부로서 겪게 되는 현실적인 어려움은 경제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사회적인 관습이나 결혼제도라는 틀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이 눈앞에서 펼쳐질 것이다. 

이처럼 힘들거나 어려울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먼저, 사회제도라는 굴레에서 탈피하여 인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은 서로에 대한 존중이 아닐까 한다. 결혼을 하게 되면 넓은 의미에서 새로운 가족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가치관은 바뀌게 마련이고, 이에 따라 가족제도 또한 변해야 한다. 그러나 가치관이 변했는데도 전통적인 가족제도를 고집하게 된다면 모순과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경우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존중하게 된다면, 전통적인 가족제도의 조정을 통해 모순과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 

다음은 부부라 해도 '일심동체'라는 틀 속에서 벗어나는 것이 어떨까? 남남의 부부가 서로 연을 맺어 한마음 한뜻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아름다운 말이다. 그러나 자라온 환경과 태어날 때 부여 받은 재능, 그리고 남녀라는 다름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심동체라는 틀 속에 가두게 된다면 서로를 이해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여성을 옥죄는 수단으로 작용될 수 있다. 오히려 부부라고 해도 두 마음 두 몸을 뜻하는 '이심이체'라고 생각하게 된다면 서로가 서로의 생각과 행동의 다름을 인정하게 된다. 따라서 서로 다름에 맞추려는 노력이 오히려 건강한 가정을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싸우지 말아야 한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에게 하나씩의 재능을 부여했다고 한다. 자신이 받은 재능이 무엇인지를 찾아서 개발하기 보다는 남이 가진 재능을 부러워하다가 귀한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회라는 제도 속에서 살다보면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게 되고,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더욱 집착하다보면 본래의 자기 모습을 망각하게 된다. 자신과 배우자의 본 모습을 찾아 행복을 추구하면 될 것을 항상 자신보다 더 좋은 사람과 비교함으로써 자신과 배우자에 대한 불만족이 커지면서 불행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지역 사회의 큰 현안은 저출산률로 인한 지역 소멸이지만, 청년들이 고민하는 것은 결혼제도, 결혼·출산·육아로 인해 부담해야 되는 경제적인 문제, 그리고 가족을 위한 자신의 희생일 수 있다. 반면에 결혼으로 인해 형성된 가족이라는 울타리로부터 받을 수 있는 보호 및 심리적 안정감, 그리고 자녀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서 얻는 기쁨을 염두에 둔다면 꼭 결혼은 미친 짓이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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