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위기의 대한민국 응급실
[의료칼럼] 위기의 대한민국 응급실
  • 승인 2023.06.25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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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엽 이준엽이비인후과 원장, 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
대구에서 낙상후 외상환자 사망 사건과 관련하여 환자가 처음 도착했던 병원의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외상환자가 처음 내원한 병원은 정신건강의학과 입원 병동이 없어 자살 시도와 같은 정신과적 응급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데다 사건 당일 응급실 환자가 너무 많아 응급의료정보상황판에 ‘환자 수용불가’ 메시지도 공지하고 있던 상태였다.

그럼에도 119구급대원이 환자를 이송해왔고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문진 및 진찰을 토대로 ‘발목골절이 의심되지만 의식이 명료하고 활력징후가 안정적인 상태’라 판단하였고 보호자 면담후 자살시도 정황이 보여 보호자 설명 후 자살 시도 환자 진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환자를 전원하였다. 이송중 환자 상태가 예기치 못하게 갑자기 나빠지면서 안타깝게도 사망한 사건이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이와 관련 있는 응급의료기관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등의 행정처분을 실시했다. 지역에서는 응급의료체계 관련 협의체를 구성해 종합병원이 당번을 정하여 응급실 과밀여부와 상관없이 당번병원에서 환자를 전적으로 수용하는 대책을 마련하였다.

그런데 이와는 별개로 경찰에서는 해당 전공의를 피의자로 전환해 수사를 하고 있다.

업무상과실치사 부분은 무혐의가 유력하지만 경찰은 응급의료법 제48조의2 (수용능력 확인 등)에 따른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거부’ 위반 혐의를 주장하고 있다. 즉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를 접수시키지 않고 결과적으로 진료가 이뤄지지 않아 환자가 사망했다는 취지이다.

이번 외상환자 사망 사건은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의 처참한 현실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례이다.

외상 같은 중증을 담당해야 할 응급실에 주취자나 경증으로 내원하는 환자가 너무나 많고 응급의료 종사자들은 이런 경증 환자를 거부 못하고 다 돌봐야 하니 업무량이 과중되어 정작 응급실에서 중증 환자 진료가 지연된다.

이의 근본 원인은 응급의료를 포함한 필수의료시스템의 문제이나 정부는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고 사건이 발생할 때 마다 개별 의료기관이나 의료인 개인의 대처 문제로 몰아가며 마녀사냥식의 희생양만 찾아 여론을 잠재우려한다.

과거 이대병원 신생아 사건 관련 소아청소년과 교수 구속이 소아청소년과 의사 급감의 시발점이 되었듯이 이번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를 당하고 만에 하나 민, 형사적 책임을 지게 된다면 이는 풍전등화 같은 대한민국 응급 의료 체계 붕괴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수사기관에서는 신중한 검토를 통해 현명한 판단을 하여야 할 것이며 정부는 국민이 중증·응급 필수의료를 안심하고 받을 수 있도록 응급의료센터 확대, 응급진료 진료과에 대한 지원, 응급환자 수가개선 및 보상 등 대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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